소환조사를 앞둔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대응에서 미묘한 온도차도 느껴진다.조 장관은 지난 9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문화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문건 존재 사실을 뒤늦게 실토했다. 다만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작성을 지시한 적도 없다"며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특검은 지난달 26일 김 전 실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수사를 예견해온 김 전 실장이 자료를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미꾸라지 같다는 의미의 ‘법꾸라지’라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이다. 뒤늦게 일부 사실을 인정할 경우 위증죄의 법망을 비켜나가기 힘들다는 점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 수사가 김 전 실장에서 그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에까지 이를지도 관건이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은 물론 박 대통령이 직접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을 지시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이 작성하고 문체부가 관리했다는 블랙리스트에는 그동안 소문처럼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것으로 분류된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가 대거 포함됐다. 문명사회, 그것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권력의 횡포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참담하다. 리스트에 오른 개인이나 회사는 정부 지원 예산을 못 받게 하는 등의 수법으로 문화계를 장악하려는 노림수로 보인다. 문화예술인들이 주장한 '함량 미달의 반문화적 권력'의 천박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표현의 자유를 침탈한 초법적 국가폭력이다. 관련자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은 이제라도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 앞에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 그게 속죄하는 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순실 씨는 이날 헌재에 출석, 탄핵 소추 사유가 된 ‘국정농단’을 전면 부정했다. 최씨는 “정부로부터 어떤 이권을 받은 적도 없고 대통령도 그럴 분이 아니다”라며 되레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에게 “어떤 이권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쏘아붙였다. 국정농단 일당들의 후안무치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역사의 죗값을 어찌 다 치르려고 이런 행태를 보인단 말인가.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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