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담뱃갑 흡연경고그림이 등장했다. 흡연경고그림이란 담뱃갑에 흡연의 폐해를 생생히 나타내는 그림이나 사진을 표시하는 것으로, 흡연이 건강을 해친다는 경고문구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흡연을 제어하는 장치다. 흡연경고그림은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이래 세계 101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금연정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무적으로 이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논의됐지만 2016년에 비로소 결실을 보게 됐다. 2002년 폐암 투병 중이던 이주일의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의 ‘증언형 금연광고’ 장면이 지금도 생생한데, 14년이 지나 56세 남성이 “저는 혀를 잃었습니다. 32년 담배를 피우면서 구강암에 걸렸습니다”라고 증언하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다.

■ 작게는 4.2% 많게는 13.8% 금연효과

헌법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보건권이다. 모든 국민은 이 보건권을 근거로 국가에게 건강유지 및 증진에 필요한 각종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국가는 보건교육을 시행하며, 각종 질병예방(예방접종, 건강진단, 소독실시)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국민건강증진법은 국가로 하여금 담배의 직접흡연 및 간접흡연, 과다한 음주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교육 홍보토록 하고 있고, 담배경고문구의 삽입, 담배광고의 금지 및 제한, 담배판매장소 및 흡연장소를 제한하게 하고 있다. 담배는 음주보다 건강에 매우 해롭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술은 과음하지 말라고 하면서 담배는 피우지 말라고 한다. 현대 의학은 흡연의 폐해에 관해 흡연과 폐암 등의 질병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고 말하진 않지만, 모든 의사들이 흡연은 폐암, 후두암, 심장질환으로 이어진다고 증언한다.

흡연은 헌법의 행복추구권에 의해 보장된다. 하지만 담배연기를 맡지 않을 권리인 혐연권 역시 헌법의 생명권을 근거로 보장된다. 생명권은 행복추구권보다 더 상위에 있는 기본권이므로 흡연권은 혐연권의 보장 범위 내에서 허락된다.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담배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지 않은 담배사업법이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볼 수 없고,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거나 당해 시설을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으로 구분해 지정하도록 한 것이 흡연권에 대한 침해가 아니라고 했다.

■ 생명권, 흡연의 행복추구권 우선해

필자는 고등학교 3학년 초에 결핵을 앓았고 2년 넘게 약을 복용한 관계로 담배는 한 모금도 피워보지 못했다. 그래서 애연가들의 흡연의 맛과 즐거움을 잘 모른다. 그러나 학생시절 담배피우는 것이 멋있어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미팅에서 만난 여성에게 어떻게 어필할지 아니면 위기를 모면할지를 고민하면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고 담배 한 대를 피우면서 시간을 벌 때와, 바둑을 두면서 시간을 벌고자 할 때, 또 당구 치면서 마지막 결승에서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순간 마음을 가라앉힐 때 피우는 담배가 맛있어 보였다. 그러나 이젠 그러한 낭만은 역사의 추억일 뿐이다.

폐암선고를 받은 의사의 고백이 인상적이다. 모래 폭풍이 그동안 친숙했던 모든 흔적을 쓸어간 것처럼, 텅 비고 냉혹하고 공허하고 하얗게 빛나는 사막뿐이었다고 한다. 중병은 우리의 삶을 산산조각 내버리며, 신중하게 계획해 성취할 미래를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6만 명 정도가 흡연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섬뜩한 광고그림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지 또 그만큼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흡연광고그림은 작게는 4.2% 많게는 13.8%의 흡연을 줄였다고 한다.

물질, 명예, 권력을 추구해보지만 결국은 건강과 장수다. 예전에는 안방에서, 회의 중에,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웠지만, 지금은 베란다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길에 내몰려, 마치 죄지은 사람마냥 담배를 피운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수모를 감수하고 있는데, 이젠 자신의 건강을 냉정하게 챙길 차례다. 섬뜩한 경고그림까지 등장하는 마당에, 상한 자존심을 오기로 버틸 것이 아니라 그 오기로 끊자.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