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팀 홍보영 기자

[일간투데이 홍보영 기자] 블록체인이 금융 패러다임을 바꿀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혁신적인 플랫폼이 거래승인 권한과 정보 민주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블록체인은 원래 프로그래밍의 일종으로 데이터 기록의 한 방식이다. P2P 분산원장 형태의 데이터베이스 구조로 일정 크기의 데이터가 모여 블록을 형성한다. 이 블록이 체인으로 연결된 모양새다.

블록체인 형성에는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거래 내역 검증과 승인 과정이 요구된다. 블록 순서를 바꾸거나 정보를 조작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제3의 공인기관이나 중개자 개입이 필요 없다.

당사자 간 직접거래가 가능해 금융거래 효율성과 비용절감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LG경제연구원의 '블록체인, 비트코인을 넘어 세상을 넘본다'란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경우 거래비용의 약 30%를 절감할 수 있다. 한 영국 은행은 "블록체인 기술로 금융업계는 2022년 기준으로 약 200억 달러의 비용절감을 이룰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금융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스위스 UBS, 독일 도이체방크, 미국 뱅크오브뉴욕 멜론, 스페인 산탄데르 등 글로벌 4대은행이 글로벌 금융중개업체 ICAP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통합 가상 화폐 개발에 나섰다.

씨티그룹은 자체 통화인 '씨티코인'을 개발 중이고, 골드만삭스는 거의 모든 거래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한 '세틀코인(SETLcoin)'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블록체인 기술 표준화를 위한 은행 협의체인 R3CEV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현행 정책이 금융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융시장에는 허용되는 부분을 정하고 그 외를 금지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블록체인은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라며, "대원칙을 정하고 준수되는지를 확인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도 "정부가 선제적 규제를 택하기보다는 혁신을 장려하는 '세심한 모니터링'을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 전자금융거래법 제3조와 시행령 제2조는 중앙통제형 전산시스템을 보유한 금융회사를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어 블록체인으로 전자금융거래를 할 경우 불법으로 간주된다.

전자자금거래계약의 효력(제12조), 안전성의 확보 의무(제21조), 정보보호최고책임자의 지정(제21조의2), 전자금융기반시설 취약점 분석·평가(제21조의3) 등도 동일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서 은행·보험연구실장은 "관련된 모든 법규들을 분산형 원장이라고 하는 새로운 기술을 담을 수 있도록 전면 개정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법체계를 '원칙 중심'으로 변경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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