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 등 증권 업계 환경 변화 속 인사 태풍
유상호·강대석·고원종 장수 CEO 연임 여부 촉각

[일간투데이 김수정 기자] 새해 증권사 수장들이 줄줄이 임기 막차를 타고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유상호 사장, 신한금융투자 강대석 사장, 동부증권 고원종 사장 등 장기 집권하고 있는 CEO들이 인사태풍의 주인공이 됐다. 거취가 아직 불분명하지만 업계는 여러 가설을 내놓으며 이들의 운명을 점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미래에셋증권 조웅기 사장, 동부증권 고원종 사장, 이베스트투자증권 홍원식 시장, HMC투자증권 김흥제 사장, SK증권 김신 사장 등 8인의 CEO들이 올 2~3월에 임기를 종료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조웅기 사장은 미래에셋대우가 지난해 통합법인 출범에 앞서 '최현만·마득락·조웅기' 3인의 각자 대표체제를 발표하며 연임을 확정했고, SK증권 김신 사장도 지난해 연말 SK그룹이 임원인사를 발표하며 재선임으로 의견이 모아진 분위기다. 김흥제 HMC투자증권 사장은 임기를 3개월 가량 앞두고 연임에 실패했다. 신임 사장 자리에는 이용배 전 부사장이 올랐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5인의 CEO들은 아직 거취가 정해지지 않아 불안한 설을 보내게됐다. 하지만 '초대형IB' 등 증권 업계의 영업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시점에 굳이 대표 교체카드를 꺼내들겠냐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대표가 교체되면 경영 계획이나 조직 개편도 감안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올해 3월 임기가 끝나는 유상호 사장은 2007년부터 10년 넘게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증권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지만 60년생으로 '젊은 피'다. 한국투자증권의 성장에는 유 사장의 장기 집권이 한몫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지난해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 M&A에 잇따라 실패했지만 자기자본 4조원의 '초대형IB'로 만들었고, 우리은행 지분인수에도 성공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년 단위로 재선임되고 있는데 느슨해지지 말라는 차원에서 임기를 짧게하고 있는 것 같다"며 "김남구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이 만큼 성장한 것은 대표가 장기간 이끌고 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증권사 대표들의 임기가 대체로 1~3년인데 정책이나 경영의 영속성에서 보자면 임기가 너무 짧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초대형IB 출범을 앞두고 CEO들의 임기가 만료된다.

신한금융투자 강대석 사장은 2014년, 2015년, 2016년 세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2012년부터 5년째 사장직을 유지해오고 있으며, 올 3월 이사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오는 20일 지주사가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데 이 때 강 사장의 거취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주사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서 숏리스트까지 올랐지만 증권맨으로 남고싶다는 이유로 최종 고사했다.

NH투자증권의 김원규 사장도 올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우리투자증권 출신인 그는 지난 2014년 NH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통합 법인의 사장으로 선임됐다. NH투자증권은 다음주 중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구성할 방침이며, 설 이후에나 김 사장의 연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는 동부증권의 고원종 사장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의 홍원식 시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양사 모두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수익 5098억원, 영업이익 2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3%, 58% 감소했고, 동부증권은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이 각각 15%, 90% 줄었다.

동부증권의 고원종 사장은 2010년 사장직을 맡은 후 4차례나 연임에 성공했으며, 홍원식 사장은 지난 2008년 사내이사에 오른 이후 경영인프라 총괄 전무를 거쳐 2013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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