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연 "대가관계,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해 법리상 다툴 여지 있어…현재 단계에서 구속 사유 인정하기 어렵다"
안민석 "밥맛 떨어지는 날, 사법부가 미쳤다"

[일간투데이 곽정일 기자] 법원이 19일 새벽,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야당은 일제히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정경유착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외면했다"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부장판사는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서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의 박근혜-최순실 일가를 위한 미르•K스포츠단에 240억, 한국동계스포츠 16억 2800만원, 비덱스포츠의 전신인 코레스포츠 213억원 등 총 430억원 뇌물을 건넨 혐의에 대해 대가관계, 청탁에 대해 증명이 충분히 되지 않고 특검과 변호인 간의 법적 논쟁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통상 구속수사란 수사기관에서 범죄혐의자를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되는 경우 구속해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증거인멸` 또는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 시행된다.

이번 결정은 법원이 삼성 측의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자금 출연이라는 `피해자` 논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정경유착 고리를 끊길 원하는 국민의 열망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밥맛 떨어지는 그런 날, 사법부가 미쳤다"라면서 강력하게 법원의 결정을 직격했다.

안 의원은 "지난 2015년 7월 25일 날 이재용, 박근혜가 만났는데 바로 하루 전날인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안종범에게 승마 협회 부회장, 총무이사 두 사람을 찍어 내리기 지시를 한다"면서 "그리고 이재용을 만났을 때 이재용이 이렇게 우리가 (다른 사람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승마협회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안 되니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부회장과 총무이사를 삼성의 다른 사람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부분만 보더라도 대가성 여부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번 법원 결정으로 인해 다른 재벌들에 대한 대가성 여부를 입증하는데 동력이 빠졌고 헌재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함께 출연한 김성태 바른정당 의원도 "기각사유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는 정도의 증거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동안의 진술, 구체적인 정황뿐만 아니라 물증에 대해서도 특검이 일부 제시했지 않는가"라며 "문제는 그런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재벌에 무릎 꿇은 사법부, 법의 준엄함을 스스로 포기했다`며 법원의 결정을 혹평했다.

고연호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직무대행은 논평을 통해 "재벌만 만나면 작아지는 사법부의 행태가 이번에도 반복됐다"면서 "이번 사건은 430여억 원의 뇌물공여 혐의와 수조 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중대한 사안이었으며, `정유라 지원 소문의 싹을 자르라`는 은폐지시 이메일까지 공개돼 이재용 부회장의 증거인멸 우려가 컸으나 법원은 모조리 무시하고 영장청구를 기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부는 법을 외면하고 재벌을 선택했다"면서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등 구속영장 청구 사유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법의 준엄함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의의 여신은 공정함을 위해 눈을 가리고 판단을 내리지만, 우리 대법원에 서 있는 정의의 여신은 타국과 달리 눈을 가리지 않고 있다"면서 "그 이유가 오늘 밝혀졌는데 재판장에 누가 서 있는지 지위고하와 권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비꼬았다.

아울러 고 수석 대변인은 "사법부는 오늘 결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사법부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의 오신환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오직 사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결정이라 믿으며, 그 판단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판사는 지난 9월, 1700억 원대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영장 심사를 진행했던 사람으로 당시에도 "법리상 다툴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신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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