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멈춤 소동

[도자리의 가족이야기]

승강기 멈춤 소동

"덜커덩"

5층에서 탄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3층에서 멈췄다. 비상시 행동요령 같은 실내 안내말이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당시 당황했던 탓인지 지금도 전혀 기억에 없다. 오히려 앵앵대는 듯한 음성이 짜증만 불렀다. 처음 겪는 일이라 겁도 났다. 더구나 혼자여서 일단은 막막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다행히 실내 조명은 꺼지지 않았지만 환기 등의 동작은 멈춘 상태였다. 잠깐 동네 가게에만 들렸다 올 요량으로 휴대전화도 집에 두고 나온 터라 답답함은 더했다.

일단 승강기 벽 쪽에 표시된 비상벨을 눌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날이 일요일이었던 탓인지 통화가 계속 끊겼다. 한참을 비상벨을 눌러 댔지만 결국은 구조 요청이 실패로 끝났다. 사방이 꽉 막힌 공간에 홀로 남겨졌다는 사실은 감당하기 쉬운 게 아니었다. 두겹으로 된 승강기 안쪽 문을 빼꼼 열고 "아무도 없어요? 도와주셔요"라고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한참을 악을 쓰는데 다행히 귀밝은 3층 이웃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렇게 반가울 수 가 없었다.

연락을 받고 내려온 아내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우선 119구급대에 연락을 했고 물어물어 엘리베이터 비상 출동 업체에도 고장 소식을 알렸다. 아내는 승강기 안쪽 상황이 궁금한지 이것저것 물어왔다. 그러면서 밖에서의 진행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목소리에는 걱정이 잔뜩 묻어 있었다. 비록 안 쪽에 갇혀 있지만 밖에 있는 아내와 대화를 하는 것 만으로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다.

40~50분쯤 지났을까? 승강기 밖에서 여러 사람이 두런두런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119구급대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밖으로 나왔다. 저절로 고개 숙여 인사하며 '감사드린다'는 말을 몇차례나 했다. 비상 열쇠로 잠금장치를 열어야 바깥 쪽 문이 열린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됐다. 119 차량이 주차한 곳까지 따라 나가 배웅을 했다. 정말 고마운 마음에서.

머지않아 승강기 비상 출동 회사 직원도 도착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 한참 작업을 하더니 "이제 고쳐졌다"고 전했다. 조임 장치가 풀어져서 그리된 것라고 설명했지만 제대로 알아 듣지는 못했다. 아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내심으로는 '이거 또 멈추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떠 오르기도 했다.

"당신은 안에 있고 나는 밖에 있는데도 내 목이 바짝바짝 탑디다. 혹시 엘리베이터가 잘못되면 어쩌나 싶어서. 다리는 후들거리고 전화할 때는 손도 떨리고~~. 암튼 무사히 구출돼서 다행입니다."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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