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년 전 금융위원회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미달한 저축은행들에 연쇄적인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온 나라가 들썩였던 ‘저축은행 사태’ 얘기다.

정·관계, 저축은행 대주주 및 경영진, 감독기관 공무원 등 지난 2011년 9월 출범한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합수단)이 기소한 인원만 137명에 이른다. 합수단 조사과정에서 불법·부당 대출, 횡령·배임, 분식회계, 위법 배당 등 각종 탈법 행위가 드러났고 영업정지를 피하기 위한 정·관계 인사 로비 의혹도 제기됐다. 그런데 근래 비슷한 조짐이다. 감소세를 보여왔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과 신용대출 같은 고위험 대출이 다시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 당국과 예금보험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PF대출 잔액은 3조3948억원으로, 2015년말(2조6740억원)보다 7208억원이나 증가했다. 이 역시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더구나 신용대출의 절반은 연체 확률이 높은 연 25%의 고금리 대출이었다. 저축은행 측은 지난해 PF대출 실적이 급증하긴 했지만 과거와 달리 사업장 선별 작업을 꼼꼼히 해 부실 가능성은 낮다고 말하지만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2011년 저축은행이 부실해진 가장 큰 원인은 PF 대출 등의 대출 포트폴리오 편중에 있었다. PF대출은 땅이나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사업성을 기초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돈 벌기에 혈안이 된 저축은행들이 리스크는 고려하지 않고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PF대출 비중을 크게 늘린 상황에서 2008년 말 갑자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저축은행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분양에 실패한 건설사 등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재연 우려가 작지 않다는 사실이다. 당국은 부실 징후로 선정된 저축은행을 가려내고,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등 대응책을 강구해야겠다. 소 잃고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만 같은 불운을 반복해서 겪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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