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작금 국정혼란을 자초한 박근혜 대통령이 실천적 반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담화에서 밝혔던 반성과는 180도 다른 행태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23일 헌법재판소에 증인을 무려 39명 신청한 일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헌재가 적절성을 판단해서 결정하겠지만 탄핵 심판 절차는 일정 부분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무더기 증인 신청은 박 대통령 측의 ‘시간끌기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탄핵정국으로 인한 국정공백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문제는 박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이번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측이 무더기로 증인신청을 하면서 노골적 지연작전을 넘어 증인으로 채택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를 겨냥한 인신공격을 펼치는 등 탄핵심판의 초점을 분산시키려 하고 있다.박 대통령 측은 23일 탄핵심판 8회 변론에서 증인으로 나온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에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와 고 전 이사 간 의혹이 이는 ‘내연관계’를 포함한 개인적 관계에 초점을 맞춘 질문으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차씨의 증인신문이 끝난 후 "어떻게 보면 더럽고 구역질 나는 직업을 가진 남자가 한 거짓말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면서 고 전 이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고 전 이사의 범죄경력조회를 신청한 것에 대해 "고 전 이사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저희들의 기록과 자료를 보면 결코 양심적 내부고발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씨와 고 전 이사가 '내연관계'였다는 점을 차씨에게서 확인하기 위해 부각하는 것은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최씨와 고 전 이사의 관계는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사유와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최순실 씨의 호가호위성 국정농단과 박 대통령이 ‘주범격 공범’으로 최 씨와 비리를 함께 저질렀다는 것이 무슨 상관관계라는 말인가.

내연관계든 파탄이 났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 전 이사가 경험한 사실, 검찰과 국정조사에서 진술하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더구나 강압수사 때문에 죽을 지경"이라고 주장하는 최씨와 연관 지어 차씨에게 강압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묻는 변호인 측에 차씨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분명하게 답했다.

박 대통령은 '자기방어와 변명하는 시간'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바꿔 국정 혼란을 야기한 데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게 온당한 자세일 것이다. 진실은 드러나게 돼 있다. 예컨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은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라며 "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이 구속되면서 특검의 수사는 박 대통령을 향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아직도 뭐가 잘못이고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태도라면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통해서 이미 상당 부분이 드러났는데 모든 것을 허위, 왜곡, 오해로 돌리며 자신의 무고함만을 피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 뜻에 거스르지 말고 역사에 맞서지 말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