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재나 관상용으로
외래생물 수입 늘면서

무분별 유기·방사 '폭증'

모피·식용으로 들여온
괴물쥐 '뉴트리아'
천적없어 작물피해 막대

번식력 막강 '가시박'도
자생식물 성장 방해
생태계 교란야기 심각

미·일등 선진국, 법제화로
외래생물 유입 엄격 통제

국내도 강력한 법적체계 시급
최근 무단유기관련 법안준비
해외 대비 '늑장대응' 지적도

 

외래생물이 대한민국을 습격하면서 토종 생태계가 멍들고 있다. 아주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아닐 수 없다. 외래종의 국내 유입 경로는 다양하지만, 이 가운데 외래생물 무단 유기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외래생물 관리 사각지대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는 환경 당국의 비효과적인 외래생물 관리방안 마련과 외래생물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이는 홍보 부재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이에 본지는 외래생물의 현황을 되짚어보고 중장기 관리방안은 어디까지 실천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 다양한 유입과정에 '속수무책'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외래생물은 다양한 경로로 우리 생태계에 유입된다. 교통발달로 국가간 인적 교류가 늘어나고 무역 확대로 농업과 임업, 수산업 등 상품의 교역으로 노출되기 쉽상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관상용 외래생물 수입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외래생물은 사람이 자연에 방사하거나 관리 소홀로 유출돼 정착하기도 한다. 또, 바람이나 물의 이동 등 자연현상으로 유입돼 우리 주변에서 쉽게 관찰되기도 한다.

식용으로 국내에 들여온 외래생물로는 황소개구리와 큰입배스, 파랑볼우럭(블루길)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생활수준 향상으로 인해 가축 소비가 늘면서 외래생물의 소비가 감소하자, 사육을 포기·방치하는 농가가 늘었고, 일부 사육장에서 탈출한 외래개체들이 생태계에 자리잡게 됐다.

농업 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수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화분매개용 곤충이나 식물의 접붙이기용 대체식물이 이 같은 경우다.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 식물인 '가시박'은 지난 1990년대 호박 접붙이기용으로 미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친황경 농업용으로 수입돼 자연에 유입된 왕우렁이도 이러한 외래생물에 해당한다.

서울 여의도 밤섬에 외래식물인 가시박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사진=환경부


대형거북이나 도마뱀·열대어류 등은 대표적인 애완·관상용 외래생물이다. 이들의 수입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자연에 방사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붉은귀거북'이 애완용에서 생태계로 유입된 사례다.

김봉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주무관은 "애완목적으로 기르던 외래생물을 자연으로 환원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최근 외국산 개구리인 아프리카발톱개구리가 국내에서 발견되는 이유도 이와 같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최상위포식자 군림에 뛰어난 번식력 '골칫덩이'

외래생물이 골칫덩이로 전락한 이유로는 방어할 기제를 갖추지 못한 토착종을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자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또, 외래식물의 경우 씨앗이 많고, 멀리까지 날아가는 등 뛰어난 번식력으로 토착종의 생존도 위협한다.

외래생물의 증가로 급격한 생태계 변화에 토착종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인간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로 다가올 수 있다. 이에 더해 앞으로도 외래생물의 개체수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국내 외래생물은 2167종(동물 1833종·식물 334종)으로 2009년 894종에 비해 5년만에 2.5배가량 늘었다. 환경당국은 국제교류 확대 등으로 향후에도 개체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난 1998년 황소개구리와 큰입배스, 블루길을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한 후, 그 수가 늘어 현재 18종(동물 6종·식물 12종)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외래생물중 생태교란생물은 외국에서 인위적·자연적으로 유입됐거나 유전자변형을 통해 생산된 생물체 중 국내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우려가 있는 생물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동물은 뉴트리아, 식물은 가시박이 대중에 잘알려져 있다.

괴물쥐로 불리는 '뉴트리아'는 당초 1985년 국내에 모피와 식용으로 수입됐다. 서식지는 과거 뉴트리아 사육이 이뤄진 낙동강 및 남한강 지역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들은 천적이 없을뿐더러 수생식물과 희귀식물을 먹고, 주변 농업지역의 작물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가시박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일년생 덩굴식물이다. 수목을 뒤덮고 자라는 생태특성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광합성을 억제해 성장을 저해한다. 개체당 수천개의 종자가 열려 뛰어난 번식력이 특징이며, 종자에 가시가 많아 제거가 어렵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생태계교란 생물 모니터링'과 '퇴치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보호지역외에도 본격적인 퇴치사업을 진행중이다.

특히 뉴트리아 퇴치가 대표적인데, 생포트랩을 설치하거나 수매제도를 도입했다. 또, 환경부 소속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는 20여명으로 구성된 '뉴트리아 퇴치 전담반'을 설치, 매년 5000여마리를 포획하고 있다. 최종 포획일로부터 2년간 뉴트리아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해당퇴치사업을 종료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큰입배스 등 생태계 교란어종을 퇴치하기 위해 천적으로 알려진 국내 토종어류인 가물치와 쏘가리를 방류하거나 큰입배스 인공산란장을 설치해 알을 제거하는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승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주무관은 "뉴트리아 퇴치사업을 강화해 개체수를 오는 2020년까지 완전 박멸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후 3년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종료된 사업 성과를 분석해 다른 퇴치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트랩에 생포된 뉴트리아. 사진=환경부



◇ 전 세계서도 '골머리'…엄격한 법체계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외래생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외래생물 퇴치와 관련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경우 침입외래종에 따른 피해액과 관리 비용을 연간 138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5대호 연안을 비롯해 각 지역에서 외래생물로 상당한 피해를 경험한 미국은 각 부처에서 관리하고 있는 외래종을 한곳에서 통합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외래생물 관리에 대해서는 원인자부담원칙을 적용해 유출한 원인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있다.

일본도 외래생물에 취약한 섬나라 환경에도 불구 외래생물 유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외래생물에 의해 피해를 발생시킨 자에게 고의·과실 여부 상관없이 원인자부담원칙을 적용해 방제비용 전액 또는 일부를 부담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외래생물 중 국내 생태계에 정착하지 않은 피라냐 등 98종은 위해우려종, 국내에 이미 정착해 피해를 주고 있는 큰입배스 등 20종은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외래생물 무단 유기에 대한 처벌 근거가 없다. 정부가 뒤늦게 관련 법안 마련에 나섰지만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늦장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은 위해우려종을 정부 승인 없이 수입·반입할시에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생태계 위해성이 의심되는 외래생물 종을 폭넓게 지정·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생물다양성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위해우려종과 생태계교란 생물로 구분했던 외래생물 관리기준을 개선해 생태계 위해가 의심되는 외래생물 종을 '유입주의 생물'로 폭넓게 지정해 수입시 위해성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한 내용은 현재 관련법 개정안에 담겨 법제처 심사 중에 있다.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외래생물의 생태계 유입을 방지하는 강력한 법적 체계를 구축했지만 국내에서는 원인자부담원칙에 관련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며 "법령의 재정비가 요구되고 해당 개정안은 법제처 심의 단계이기 때문에 시일이 오래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환경당국은 원인자 부담 범위와 피해액 산정 방법, 책임 감면과 면제 규정, 원인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정부가 나서서 책임을 정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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