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수준 고려해 적실성 있는 선거체계 갖춰야"

[일간투데이 홍보영 기자]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선거체계가 다수대표제에서 혼합형 비례대표선거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안정된 민주국가에서는 독일정당명부식 비례선거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채택하고 있는 선거제도는 다수대표선거제로,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와 지지 정당에 모두 투표할 수 있다. 그런데 지역구 의원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지역구에서의 승패가 판세에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많은 유권자의 투표를 사표로 만들고 상대다수득표 정당에게 절대다수 의석을 내줌으로써 승자독식제도라는 비판받고 있다. 

이에 독일정당명부식 비례선거제도가 지식인과 정치인을 중심으로 국내 선거제도의 부정적인 측면을 해소할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다. 

독일의회의원 선거제도에서 전체의석은 각 정당·정치단체 명부의 득표율에 따라 배분된다. 다수결에 의해 일부 의원이 뽑히고, 비례성의 원칙에 의해 명부상 후보자 중 나머지 의원이 선출된다. 

다수대표선거제와 비례대표선거제의 양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의회의 의석배분이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비례적으로 이뤄지는 점이 특징이다. 

연방선거법 제1조 제2항에 따라 1석 선거구에서 299명의 의원을 선출한다. 이로 인해 유권자와 의원 사이의 친밀함이 유지되고 지역대표성이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다. 연방 전체에서도 299석이 배분되는데, 이로써 지역적 연고가 없는 전문가와 소수세력의 정치권 입문이 가능하다. 

이 제도는 상-라게/쉐퍼스 방식의 의석배분으로 소수정당의 의석 획득 가능성을 높이고, 유권자에게 정당 통제권을 부여한다.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자와 주명부에 각각 투표한다. 선거권자는 이표제에 의해 정당과 후보자에 대해 개별 선택을 할 수도 있고 동일한 정당에 투표할 수도 있다. 또, 선거권자로 하여금 정당 간 연합에 대한 지지나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한다. 

독일의 경우, 전체 투표자의 90% 정도는 제1투표와 제2투표를 동일한 정당을 위해 행사하지만, 10% 정도는 다양한 동기로 분할투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선필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분할투표는 주로 집권당의 절대다수의석 확보를 방지하려는 동기로 이뤄진다"며, "지역구 군소정당 후보자의 당선가능성이 낮을 때 사표방지차원에서 대정당 후보자에게 제1투표를 행사하려는 의도이거나, 지지 정당이 다른 군소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군소정당을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의회의원 선거제도가 국내에 도입됐을 때 사표를 없애고 민심을 효과적으로 대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선거구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기 때문에 한국 정치의 한계로 지적돼 왔던 지역주의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당 내 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례대표의석수를 대폭 증가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의원내각제를 실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비례대표후보자가 대의원회의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음 교수는 "근본적으로 독일의 비례대표선거제가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현재 국내 정부형태와 정당정치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의석수의 비율을 최소한 2:1로 하고, 민주적·합리적으로 후보자를 선출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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