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브람스 조마리아 대표

카페 브람스 조마리아 대표

33년 전 그 시절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서울의 한 카페가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한옥마을로 유명한 북촌한옥마을 초입에 있는 '브람스' 카페 얘기다. 카페 내부에는 브람스의 고향인 독일을 연상케 하는 낡은 목조 테이블과 한적한 서유럽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곳을 찾는 손님 대부분은 당시 옛 추억에 사뭇 젖어, 성인이 된 지금까지 단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이 카페를 소중한 추억 공간이자 쉼터로 여기고 있다. 이에 본지는 브람스 카페와 손님들 사이의 추억을 연결해 주는 조마리아님을 만나봤다.

[일간투데이 이인규 기자]

◇ 카페이름을 브람스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본인은 브람스 카페의 3번째 주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람스라 지은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진 않지만, 아마도 요하네스 브람스라는 유명한 작곡가의 낭만적인 음악과 아름다운 서정성을 카페에 담으려고 카페이름을 브람스라 짓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 처음 가게를 오픈 했을 때를 기억한다면? 

브람스라는 카페를 처음 봤을 때 당시 입구 분위기가 을시년스럽고 어두워서 그냥 머뭇거리다가 밖으로 나왔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까지 왔다가 문득 카페 내부가 어떤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막상 들어가 보고 나니 브람스 카페를 운영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나도 모르게 들었었다. 그렇게 브람스와 나와의 인연은 시작됐다.

두 번째 주인에게서 마지막으로 카페 브람스를 넘겨 받을 때 잘 부탁한다고 눈물을 흘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 3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연로한 교수님이 생각난다. 나이가 많음에도 존댓말로 말씀하시고, 불의를 모르는 분이었다. 휴일에도 자주 오시던 분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심해 담배로 고통을 피하려고 줄담배를 폈다. 그렇게 딱딱하고 엄한 분이 유일하게 나에게만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다.

장미가 조각된 묵주와 십자가 고상을 교수님이 주셨는데 아직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다. 어느 날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전화를 드렸었는데 병원에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다. 카페에 오실 때에도 이미 많이 편찮으셨던 모양이다. 결국 돌아가셨다. 너무나 큰 친구를 잃어버렸단 생각에 슬펐고, 기도를 했다. 겉으로는 냉냉해 보이지만 올곧은 사람이다.

브람스 카페를 하면서 인생공부를 하게 된다. 좋은 영향력을 받아 내자신이 성숙해 가는 걸 느낄 때가 많다. 나에겐 너무나 축복이자 행복이다.

카페 브람스 내부엔 낡은 목조 테이블과 디자인으로 아늑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사진=브람스

◇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요즘 시대에서 카페 디자인 교체와 메뉴 변화 등 최신 유행을 쫓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지?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즉, 입맛이 너무 튀지 않고 브람스만의 분위기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격대에서 재료, 메뉴, 분위기 모두 브람스만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중도를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결국 이러한 기본은 주인의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비록, 현실이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본질을 쫒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껏 망가지고 고장 났던 의자만 유일하게 바꿨다. 다른 것은 처음 시작했던 그대로다. 브람스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그동안 여기서 추억을 쌓았던 손님들이 이곳의 진정한 주인이라 생각한다. 나보다 오래된 손님이 오신다. 그래서 최대한 그분들이 여기서 가졌던 향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손을 안 된다. 아마도 이런 추억이 쌓이고 쌓여 브람스가 이어올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브람스 카페를 찾아주셨던 분들에게 한 말씀 또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요즘은 나도 모르게 브람스에게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하게 됐다. 모든 것이 고맙고 감사하다. 오랫동안 여기 머문 것에 대해서... 내생을 돌아볼 때 브람스에 머물렀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생기고 내 최고의 장소가 될 것 같다.

좋은 추억거리가 있는 분에겐 카페에서 가졌던 기억들을 돌이켜 보게 하고 싶고, 앞으로 오실 손님에겐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드리고 싶다. 이것이 내가 브람스를 운영하며 느끼는 행복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