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벌집을 들쑤신 꼴이다. 대통령 취임 후 6개월간은 밀월기간(Honey Moon)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대통령은 언론을 '야당'이라 부르며 취임 열흘 내내 전쟁중이다. 이제는 전세계 시민과 언론이 들고 일어났다.

테러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개 무슬림 국가 출신자들의 미국 입국을 막는 행정명령을 전격 발표했다.

가장 먼저 나온 반응은 인종, 성별, 종교, 신념에 관계없이 모든 이가 존중받아야 할 인권이 특정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데 대한 분노이다.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돈의 흐름에 민감한 사업가들도 반대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반이민행정명령에 따른 경제적 후폭풍이 걱정된 것이다. 고학력 이민자 직원들이 많은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정보기술(IT)업체뿐만 아니라 포드와 GE, 코카콜라, 골드만삭스 등 전통업종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정치는 로고스(이성)도 에토스(규범)도 아닌 '파토스(감성)'에 지배받는다. 세계화와 정보화로부터 소외된 미국 북동부 공업지대(러스트 벨트)의 '분노한 백인(앵그리 화이트)' 표심으로 대통령이 된 트럼프로서는 인류보편의 가치와 냉정한 계산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우선 당장 분노한 대중에게 던져 줄 전시성 조치만으로도 효과만점이다.

트럼프의 이런 배외주의 행태를 보면서 우리 동포들이 일본에서 겪는 갖은 차별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 일본도 귀화만 하면 차별이 사라지고 귀화도 쉽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귀화요건이 무척 까다롭다. 행정당국의 자의(恣意)가 개입되기 쉬운 '품행단정'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이 요건에 포함될 정도이다. 귀화 후에도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보듬기보다는 태생적인 이방인으로서 편견과 차별, 배제의 울타리 안에 가둬 놓는다.

'배움을 찾아서 (머나 먼) 중국까지 가라'는 코란의 가르침대로 중국보다 더 먼 한국에 와서 지하철로 이동하는 짬에 한글 공부를 하는 아랍인을 보며 생각한다. 트럼프의 막무가내 '미국제일주의'에 우리가 받을 피해를 걱정하면서 우리에게 찾아온 손님을 냉대한다면 우리 스스로 트럼프가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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