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회장·본지 논설고문

부산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에 대한 일본 측 공세가 도를 넘어섰다.

일본은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돈을 줬다는 점을 내세워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위안부 강제 동원을 무시·부인함으로써 여전히 역사의 가해자로 남은 일본 총리의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아베 총리는 NHK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은 우리 의무를 실행해 10억엔을 이미 거출했다. 한국 측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한국은 한·일 합의를 정권이 바뀌어도 실행해야 한다. 국가 신용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들여 놓고는“1년이든, 반년이든 상관없이 소녀상 철거 때까지 안 보내겠다”며 강경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 국가신용 운운…사죄 진정성 의심케

소녀들을 속여 전쟁터로 데려간 뒤 군대 성노예로 착취한 반인륜적 전쟁 범죄를 돈으로 씻을 수 있다는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의 인식은 천박하다 못해 섬뜩하다. 국가 잘못을 인정하는 배상금도 아닌 화해·치유재단 출연금 성격의 돈, 그것도 고작 100억원을 줘놓고 다 해결된 것처럼 양양해 있다. 소녀상을 세웠다고 일본은 자국 대사와 총영사를 일시 귀국시키고,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과 고위급 경제협의도 중단·연기시켰다. 힘없는 옆집 처자를 데려다 몹쓸 짓을 하고 푼돈을 쥐어준 뒤 ‘입을 열면 다친다’고 협박하는 깡패들과 다를 바 하나 없다.

2015년 12월 양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을 어렵게 타결 지은 것은 아픈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였다. 타결 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던 아베 총리가 10억엔 운운하며 ‘국가 신용 문제’를 거론한 것은 사죄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외교적 결례다. 작년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1941년 일본군이 기습했던 하와이 진주만을 찾아 ‘화해의 힘’을 말했던 아베 총리는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그만한 성의를 보인 적이 있는가!

외교 회담 타결 당시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던 정부는 그 후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빈 협약 제22조는 ‘상대국 공관의 안녕과 품위를 지킬 책무’를 규정해 대사관과 총영사관 앞의 소녀상 설치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북핵 대처와 중국의 압박에 맞서기 위해 일본과의 공조를 더 강화해도 모자랄 지금, 국가 생존이 걸린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해선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비상국면에 맞는 외교리더십 발휘를

아무리 과도정부라 해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제야 총리실에 적절한 대응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니 실망스럽다. 4일 첫 정부 업무보고 대상으로 외교 안보 분야를 택했을 정도면 진작 ‘외교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옳다. 관련 단체를 만나 설득하고 일본에 대해서도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우리 입장을 적극 설명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축전 같은 ‘앉아서 하는’ 외교 말고 비상 국면에 맞는 비상한 외교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시민 단체가 부산 총영사관 앞에 또 소녀상을 설치한 것은 이런 합의의 취지와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한국 정부가 합의를 어겼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 정부가 국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과 위안부 합의를 맺은 것은 미국 정부의 촉구 때문이었다.

일본 문제의 근본은 우리 국력이 모자란 것이다. 일본을 능가하려면 국민 모두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시위로 감정만 분출해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우리 정치인들이 일본 정치인들보다 더 냉정해지고 주도면밀해지는 것이 먼저다. 민심은 국정 농단을 탄핵한 것이지 외교 정치까지 파기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 <나경택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회장·본지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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