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여행 가기 힘들다
예전에 학교에서 여행 관련 안내문을 보내면 필요한 비용은 꼬박꼬박 납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내는 끝내 벗들과 동행하지는 못했다. 덜컥 몸이 아프거나 어줍지 않은 경시대회 시험 일자 등과 겹쳐 시간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초·중·고 시절에 한 번도 해외여행을 하지 못했다. “나도 국제선 여객기에서 제공하는 기내식을 먹어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 댔지만 끝내 미수에 그쳤다.
이번에도 순탄한 여행은 아니었다. 유독 막내는 외국 나가기가 왜 그리 힘든건지. 온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고 식구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찬란한 해프닝을 펼친 후에야 한국 땅을 떠났다.
여행사와 외교부, 주한 영국대사관 등 여기저기로 전화를 돌렸다. 다행히 ‘같은 공항에서 비행기만 갈아타는 여행 일정이라면 상관 없을 것’이라며 ‘해당 국가에 들어가지 않으면 입·출국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이 최종 목적지로 향하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단, 해당 국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제법 큰 돈을 들여서 준비한 여행을 포기한다면 막내가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가족 카톡방이 와글와글 끓었다. ‘출발편 비행기 바꿀 수 있나?’'단수여권 만들어서 내일 비행기 타야하는거 아닌가’ ‘외국 공항에서 국내로 강제 송환되는 것도 흔히 해 볼 수 없는 경험이 되겠지’등등 이런저런 글들이 난무했다. ‘(일단은) 그냥, 간다’는 막내의 카톡이 오는 순간 갑론을박이 끝났다.
이후 1분이 멀다하고 오던 막내의 카톡을 보기 어려워졌다.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여행은 평안했고 왕복 비행의 경유지였던 영국 공항에서는 아무 일이 없었다. 덕분에 온 가족의 여권 유효기간을 챙겨본 것은 덤이다.
<자유기고가>
이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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