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가 중대 기로에 놓였다. 박근혜 대통령 측이 대면조사 일정 유출을 이유로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비선실세'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에 박 대통령이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특검의 직접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작금 대한민국은 사회 갈등 심화와 국가 위난을 맞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로 대표되는 측근 관리 잘못과 최고지도자로서의 국정운영 거버넌스 부재, 소통 결여 등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담화에서 밝힌 심정대로 겸허한 자세로 반성의 길을 걷는 게 한때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었던 국민에게 안긴 깊은 실망과 배신감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은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을 수사 중인 특검팀이 시도한 청와대 압수수색과 관련, 청와대는 '군사 보안시설' 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취한 조치는 설득력이 약하다.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는 물론 ‘기(氣)치료 아줌마’와 '주사 아줌마'에다 비선 진료 의혹을 받는 김영재 원장 역시 지난 2014년 2월부터 최소 5~6차례 청와대를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김 원장의 아내 역시 남편과 함께 청와대를 출입한 바 있다.

이처럼 청와대가 압수수색 영장을 가로막은데 이어 특검 대면조사에 임하겠다던 박 대통령이 또 다시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었다. 몰염치이자 꼼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한데 이어 박 대통령 대면조사까지 무산될 경우 뇌물죄 수사 등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 측의 명분 없는 시간끌기 책략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특검팀에 사과까지 요구한 것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위한 양쪽의 협상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검팀은 사과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피의사실과 대면조사 협상 내용 유출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에 ‘수용 불가’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대면조사 협상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특검팀의 사과 문제를 계속 걸고넘어지면 대면조사가 무산될 수도 있다.이 때문에 청와대가 지난해 말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때처럼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아예 거부하거나 특검팀 1차 수사 만료 시점까지 조사 일정을 최대한 늦추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 대통령은 초심을 찾길 바란다. 지난해 11월4일 2차 대국민 사과를 통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한 뒤 줄곧 대면조사에 응할 듯한 시늉을 하다가, 11월20일 특수본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정식 입건하자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끝내 대면조사를 거부한 전력이 있잖은가. 박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대통령 신분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통상적인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수준을 넘어선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피의사실공표’, ‘수사의 공정성’ 등을 내세워 수개월 동안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는 검찰과 특검 수사를 외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각종 혐의에 연루된 종범 성격의 피의자들은 예외 없이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진 게 잘 보여주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 공백과 국가위신 추락에 대한 책임 통감과 속죄하는 태도를 보이길 당부한다. 특검 수사에 협조하는 일은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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