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현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의원총회를 방불케 했다. 지도부의 총동원령 아래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나와 조속한 탄핵 인용을 외쳤다. 새누리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고 민주당을 비판하지만 그럴 처지가 못 된다. 주말 태극기집회에는 이전보다 많은 친박계 의원과 대선주자들이 나와 탄핵 기각 여론을 결집시켰다. 야당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소속 의원들의 행동을 제지했어야 했다.
헌재 재판관들의 전문지식과 양식을 신뢰하고 차분하게 결정을 지켜보는 게 온당하다. 탄핵 찬반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든 야든 군중집회에 참석해 부채질하는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 지난해 12월9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것으로 정치권의 역할은 사실상 끝났다. 지금은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합당한 처신이고, 법치 정신에도 맞지 않다.
‘광장 민심’에 편승하려는 정치인들은 본받아야 한다. 오죽하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최근 재판 진행과 선고시기를 두고 심판정 밖에서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억측이 나오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리인들은 언행을 각별히 삼가 달라”고 당부했겠는가.
대통령 탄핵 결정은 공정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헌법의 가치와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심리·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헌재의 몫이다. 정치권력이 군중의 위력을 동원해 헌재를 압박하는 태도는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이다. 법치의 생명인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는 짓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면 누가 승복할지 의문이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장외 선동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만 키울 뿐이다. 정치권은 헌재 흔들기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양분된 민심으로 인해 헌재의 탄핵 심판 이후에도 국론분열이 가중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유를 막론하고 헌재의 결정에는 모두 승복해야 한다. 헌재와 정치권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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