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제로베이스에서 점검해야겠다. 오랜 내수 침체와 해외 수출 여건 악화라는 안팎곱사등이가 된 한국경제가 '불확실성 함정(Uncertainty Trap)'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것이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불확실성의 정도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경제, 불확실성 함정에 빠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 지수는 48포인트로 이미 유럽 재정위기(2011년 10월·52.8포인트) 수준으로 급등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한 정치적 갈등, 컨트롤타워 기능 약화에 따른 경제 정책 혼선,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통상 마찰 우려, 유럽 경제 불안 등 산적한 대내외 악재에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러다보니 가계와 기업 부채에다 국가채무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어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사실 한국경제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각종 리스크로 뭉쳐진 ‘삼각파도’가 하반기 한국 경제를 덮칠 기세인 것이다. 더구나 수출 부진으로 경제 성장률이 3년 연속 2%대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의 대중 수출상품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빠른 중국의 경기둔화는 한국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다.

우리 경제에 드리워진 ‘짙은 그늘’을 하루속히 걷어내야겠다. 정부와 기업이 비상한 자세로 경제 위기를 돌파해야겠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제때 법안 마련 등에 나서야 하는데 여야는 본령을 짐짓 ‘외면’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던 외환위기 때보다 더 위기 상태라는 게 현업 종사자는 물론 국내외 전문가들의 진단이잖은가.

그러는 사이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주력 산업들이 무너지고 성장절벽에 부딪쳤다. 기업들은 실업자를 쏟아내며 쓰러지고 가계는 소득이 없어 빚더미 위에 올라앉고 있다. 나랏빚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수치가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가채무가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돌파했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25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나라살림 적자도 20조원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 정책당국의 책무가 크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당분간은 기존의 정책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정부의 재정지출 조기집행률 제고,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등의 노력이 시급함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이에 따른 미·중 간 통상 마찰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국내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고 투기 세력들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 최악의 상황을 능동적으로 헤쳐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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