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14위권 제자리걸음
중국·미국 등 국내 1위 품목 '눈독'
"수출상품 차별화·고부가가치화 노력 필요"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이 제자리 걸음 중이다. 더욱이 1위 수출 품목들 중 일부는 경쟁국들에게 역전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화학제품과 메모리반도체 등 국내 효자 상품은 줄곧 세계 1위를 유지했지만, 축전지와 프로펜 등 품목은 다른 나라에 추월당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1위 품목 절반 이상이 미국과 중국 등 선진국에 선두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으로 본 우리 수출의 경쟁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 전체 5579개의 수출품목 중 1762개 품목(31.6%)에서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2014년과 비교하면 무려 128개나 증가했다.

한국은 2015년 68개의 수출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을 보유, 2010년 이후 줄곧 14위권에서 머물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의 우리나라 1위 품목들이 중국은 물론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수출국들에 의해 턱밑까지 추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세계 1위 품목 68개 중 절반 이상인 40개 품목에서 중국(17개)과 미국(9개), 독일(8개), 일본(6개)이 2위를 기록했으며, 그중 16개 품목에선 격차가 5%p 미만이었다.

특히, 중국은 철강제 저장조 탱크통과 합성섬유의 직물, 세탁기 부분품 등 대부분의 한국 1위 품목에서 5% 내로 추격하고 있다. 미국과는 화학제품에서, 일본·독일과는 화학 및 철강제품에서 1위 수성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위 수출 품목은 화학제품(22개)과 철강(12개), 섬유제품(9개), 비전자기계(7개)가 50개(73.5%)로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화학제품과 메모리반도체, 자동차부품, 유조선 등 26개의 품목은 최근 5년간 세계 1위를 줄곧 유지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산 제품의 글로벌 수출 1위 자리 바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식용해초류와 사진필름, 플라스틱 제품 등 18개 품목이 세계 수출 1위 품목으로 신규 진입하는 쾌거를 올렸다. 반면, 축전지와 프로펜, 철강제 관 등 17개의 품목은 다른 나라에 추격을 허용, 1위 자리를 내 주었다.

보고서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경쟁국과 선두를 경합 중인 품목을 중심으로 혁신을 통한 기술 및 품질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김건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우리 기업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바탕으로 수출상품을 차별화하고 고부가가치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정부 차원에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물론, 미·중 통상분쟁 및 브렉시트 등의 대외변수에 선재적으로 대응해 국내 수출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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