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정권의 잔학성과 반인륜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피살된 것이다. 북한 측 여성요원 2명이 독액(毒液)으로 살해한 소행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잠재적 ‘정적’인 김정남을 오래전부터 살해하려 했고, 이번에 결행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주문)였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저와 제 가족을 살려달라는 서신을 발송한 바 있다"는 증언도 있다.

그럼에도 북한 정찰총국을 비롯한 정보당국은 지속적인 암살기회를 엿보면서 준비해온 결과 암살을 실행한 것으로 우리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김정남의 가족도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김정남 본처와 아들 1명이 중국 베이징에, 후처와 1남 1녀가 마카오에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김한솔은 후처의 자식으로 마카오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두 가족은 모두 중국 당국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

우리 당국에 지워진 책무가 무겁고 크다. 경찰은 24시간 보호 등 높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탈북인사들에 대한 신변 보호를 한층 강화한다고 한다. 옳은 방향이다. 경찰과 정보당국은 특히 신변 위협이 우려되는 인사들을 위해 경호 인력을 늘리거나 거주 장소를 이동시키는 등의 방안도 즉각 실천해야 할 것이다. 작년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입국한 이후 주요 탈북 인사들의 신변보호 수준을 대폭 높였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층 강화하는 건 만시지탄이다.

북한 급변 상황에도 철저히 대비해야겠다. 북한 내부로부터의 붕괴에 단계별 긴급 조치가 시급한 것이다. 북한 주민 봉기 및 쿠데타, 최고지도자 급서 등이 포함된다. 최근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공포정치와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제재의 영향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물로 풀이된다.
국가정보원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따라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외국에 있는 북한 식당 20여 곳이 폐업하거나 영업을 중단했다고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대북제재로 경영난을 겪는 와중에 상납금을 보내라는 본국의 압박이 커지면서 북한 해외 주재원들은 탈북을 결심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여진다. 해외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실상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것도 탈북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인민군 고위 장교와 외교관, 외화벌이 일꾼 등 북한 내 엘리트층이 잇따라 탈북하는 것도 ‘김정은 체제’ 불안정성이 커지는 신호로 해석된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북한 옥죄기에 본격 나서자 비난 강조를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과 미국을 탓할 게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왜 나섰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미사일 발사라는 호전적 도발로 세계평화를 위협한 데 따른 대북 제재 결의안을 이행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먼저 남북대화에 응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서 첫걸음을 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