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편집부국장

실업자 100만9000명.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 집계 결과 드러난 수치다.

우리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암울한 지표이다. 문제는 이 조차도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국정 난맥상이 지속되고 기업들이 덩달아 몸을 사리고 움츠러든다면 미래는 더욱 캄캄한 어둠 속으로 빠져 들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준(準) 무정부 상태에 빠진지 오래다. 무질서 무계획 무개념 현상이 벌써 4개월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해법이나 묘수는 쉽게 나올 것 같지도 않다.

■ 뒷걸음질 치는 고학력 취업률

제조업체들은 고용을 꺼린다. 조기 퇴직자들은 살기위해 생계형 창업 전선에 뛰어든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예 직장 구하기를 단념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고학력 실업자들이 넘쳐난다. 대학 졸업 이상 고학력자들의 취업률이 얼마나 되는가는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는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 올 1월 고학력 실업자는 44만1000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1월의 39만9000명보다 10.6%나 증가한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기는 커녕 뒷걸음질 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휘몰아치는 세찬 바람과 높은 파도에 휩쌓인 채 휘청거리는 대한민국 호의 앞날은 한없이 불안불안하다.

졸업을 미루고 취업 준비를 계속하는 대학생들이 숱하게 많다는 얘기는 이제 뉴스 거리도 아니다. 학점 관리와 자격증 취득 등 스펙을 쌓느라 대학 졸업 시기를 늦추는 것은 이미 일상화됐다. 버티다 못해 어쩔 수 없이 대학문을 벗어나야 하는 졸업생들이 빠듯한 주머니 사정때문에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졸업 앨범을 신청하지 않는 학생들이 늘었고 아예 졸업 앨범을 만들지 않은 학과도 나타났다. 전통에 따라 후배들이 선배에게 챙겨주던 졸업선물을 놓고 소송 직전까지 가는 다툼을 벌이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취업을 못해 갈 곳이 없는 마당인데 이런저런데 돈을 쓰는 것은 사치", "후배들도 힘든데 선배들까지 챙기라는 것은 무리"라는 인식들이 빚어낸 씁쓸한 대학가 풍경이다.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매우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0.7%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청년 실업률이 매년 상승한 끝에 나온 수치다. 이는 5.2%에 머문 일본의 2배 수준을 넘는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일본의 청년 실업률은 2012년 8.1%를 기록한 이후 4년동안 꾸준히 줄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얼어붙었던 취업 시장은 한참 전에 빙하기에서 탈출한 분위기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든 일본은 지난해부터 노동시장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 그 결과 나타난 청년실업률은 OECD 전체 국가 중 가장 낮다. 한일 양국의 처지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백마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수치가 명백하게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 '세일즈 고수'의 지도자는 어디에

직무 정지 상태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낙하산 인사가 판을 치는 가운데 복지부동에 달관한 공직사회는 책임질 일은 하지 않는다. '할 수 없고,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책임질 일은 안하는' 어처구니 없고 불행한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현재진행형으로.

멀고도 가까운 이웃나라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또다시 치솟았다. 미일 안보동맹을 확실하게 보장받고 일본측에 불리한 통상ㆍ환율 문제를 선방한 데 대해 일본 여론은 더없이 후한 점수를 줬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2.1%포인트 상승한 61.7%를 기록했다. 이런저런 분석이 있지만 아베 총리 인기의 저변에 '경제 부흥'이라는 핵심 단어가 탄탄하게 자리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배불리 먹어야 배를 두드리며(함포고복·含哺鼓腹) 풍족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다. 군량미를 확보하지 못한 채 치르는 전쟁은 대부분 패배한다. 잘 먹고 잘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무슨 욕을 듣더라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매를 걷어부치고 나서는 이 땅의 지도자급 인사를 보고 싶다.

이동재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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