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일본의 TV프로그램을 봤다. 십여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다가 없어지더니 최근에 다시 일부 방송에서 나오는 집을 고쳐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서서히 '빈집증후군' 문제가 거론되면서 주택 리모델링이 핫 아이템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대개의 스토리라인은 비슷비슷하다. 한적한 시골 또는 퇴락한 도시 주변의 낡은 집들을 수선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딸린 식구들이 많아서 우선 당장 비바람을 피하려고 얼기설기 집을 지었다. 시간이 흘러 자식들은 성장해서 하나 둘 집을 떠나고, 노인 부부들만이 덩그러니 큰 옛집에 남는다. 세월과 함께 사람은 늙고 집은 낡게 된다. 노인 부부들 스스로 운신도 쉽지 않은데 집 관리하기가 녹록치 않다. 여기저기 고칠 것 투성이다. 이때, 주택개조팀이 들어가 이런저런 군더더기들을 걷어내어 작지만 관리하기 쉽고 미관도 좋은 집으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그 프로그램에 나온 집들은 대개 헐벗고 힘들었던 시기에 우선 당장 많은 식구들이 찬이슬을 피하려고 지었기에 애초에 하자가 많았다. 그 중에는 공공용지를 무단으로 점유한 경우도 있었고, 평상시에는 물이 없는 건천이지만 비가 오면 물이 넘쳐서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곳에 지은 경우도 있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홍수로 집이 파손되더라도 금방 모여서 고치면 됐다. 하자가 있었지만 그 시대 나름의 논리와 여건으로 그 하자가 어느 정도 제어되는 수준에서 임시방편이나마 넘어갈 수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보다 앞서 급속한 산업화를 이루고 그 거품의 뒷곁에서 '잃어버린 20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일본 경제의 모습이 엿보인다. 경제개발이 한창일 때는 이런 저런 규정을 돌볼 틈도 없었고, 자연환경이며 미관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우선 당장의 경제적 욕구의 충족, 경제성장이 제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더 이상 고성장의 달콤함을 무한히 누릴 수 없게 됐다. 저성장을 새로운 정상상태(New Normal)로 인정해야 하는 시대에 이른 것이다. 기존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혁명의 활력을 더한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성장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이는 비유컨대 장년이 새로운 활력을 되찾아서 건강해지는 수준이지 과거 우리의 경제개발처럼 소년이 청년이 되는 수준의 비약적인 성장은 아니다.

우리도 앞의 주택개조프로그램에 나온 집처럼 이런 저런 불필요한 더부살이 세간은 덜어내고 알차고 짬지게 돌아가는 경제를 만들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외형은 축소되더라도 내실은 튼실히 하면서 오히려 삶의 질은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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