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증자 통해 자기자본 '늘고' 거래대금 감소로 순이익 '줄고'
초대형IB 자본 활용 고민…"전문가, 투자은행 도약 위한 시작점"

▲ 대형 증권사 5곳의 지난해 ROE 현황. 자료=각 사

[일간투데이 김수정 기자] 지난해 대형 증권사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가 큰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대금 감소로 수익이 악화된 데다, 합병 등 일회성 이슈로 인해 비용까지 발생하면서 순이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16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6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740억원으로 전년(2750억원) 대비 37%나 감소했다. 반면 자기자본은 2015년 말 기준 3조5240억원에서 2016년 말 기준 3조8270억원으로 9%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ROE도 4.7%를 기록해 전년(7.9%) 보다 3%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1년간 얼마를 벌어들였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당기순이익을 평균 자기자본으로 나눈값의 백분률로, 만약 자본 총계가 1억원인 회사가 1년에 1000만원의 이익을 냈다면 ROE는 10%가 된다. 이를 삼성증권에 빗대면 지난 한해 동안 3조8000억원에 달하는 자기자본의 4.5%에 해당하는 이익을 냈다는 얘기가 된다.

삼성증권을 포함해 자기자본 기준 '빅5'에 꼽히는 증권사들의 지난해 ROE 성적은 대체로 부진했다.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이 7조917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 가까이 줄어들면서 위탁매매 수익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또 하반기들어 글로벌 변동성 확대로 채권과 파생상품 운용 수익도 미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지주사로부터 1조6920억원의 출자를 받아 자기자본을 4조원대로 늘렸다. 하지만 지난 한해 동안 한국투자증권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2372억원으로 2015년 보다 476억원 감소했다.. ROE는 6.3%로 전년 대비 2%포인트 가량 줄었다.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합병, 인력구조조정에 따른 판관비 등 일회성 비용까지 겹치면서 순이익 하락폭이 유독 두드러졌다.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연간 ROE는 0.3%를 기록했다. 통합 법인 출범 전인 지난 2015년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의 ROE가 7%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하락한 것이다.

통합으로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 6조6000억원의 초대형 증권사가 됐다. 그러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59억7000만원으로 2015년 대비 91% 급감했다. 이는 합병 과정에서 약 3038억원의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합병비용 정산 전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의 단순 합산 세전이익은 3244억원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4조원 적자를 내면서 ROE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현대증권의 최대주주가 KB금융지주로 바뀌면서 KB투자증권과 합병을 통해 KB증권으로 재탄생했다. 합병 과정에서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 관련 비용이 발생한데다, 952억원의 파생상품 평가모델 통합 비용이 나간 것도 적자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간 ROE가 5.1%를 기록 2015년 수치(4.8%) 보다 3%포인트 가량 개선됐다. 동기간 당기순이익도 2361억원으로 10% 정도 증가했다.

한편 NH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은 합병 또는 증자를 통해 덩치가 불어났다. 이에 따라 올해 늘어난 자본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 2분기부터 시행되는 초대형IB(투자은행) 제도에 어음발행, 외국환 업무 등이 가능해졌지만 단기간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거래대금 정체로 증권사들이 더 이상 생존이 힘들어지면서 초대형IB에 뛰어드는 것인데, 그로 인한 수익도 시장이 좋아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초대형IB로 당장 수익을 거두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IBK투자증권 김지영 연구원은 "6월부터 제도가 시행돼 반쪽 실적에 불과하므로 올해까지는 지난해 IB 수익을 유지하는 정도의 성과가 예상된다"며 "다만 지난 2011년 증자와 지금 상황은 다르고, 그동안 IB를 통해 수익을 거둔 경험이 있기에 단기간 실적을 거두진 못해도 추가적인 투자가 예상돼 올해는 증권사들이 진정한 투자은행으로 가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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