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통상마찰 재현 시 자동차가 표적 될 가능성 충분"

[일간투데이 이동재 기자] 일본 자동차 업계가 미국의 보호주의 압박으로 인해 고심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일 자동차 교역의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드 등 재계 임원과의 회의에서 일본은 미국에 자동차를 많이 판매하고 있으나, 미국산 자동차의 일본 판매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에따라 향후 일본에 대한 통상압력 강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31일에는 일본을 중국, 독일과 함께 환율을 조작해 대미 무역흑자를 내는 국가로 꼽는 등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2016년 무역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689억 달러였다. 중국에 이은 2대 적자국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분야는 전년도 속보치인 489억 달러보다 37억 달러 증가한 526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대일 적자의 80% 수준에 달한다. 무역적자 확대의 원인은 현지 생산 확대에도 불구하고, 고급차 중심 수출에 따른 단가 상승인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1980년대 미일 통상마찰 이후 꾸준히 미국 현지 진출을 강화해 왔다. 일본 자동차 공업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일본 자동차 업계는 미국에 26개 공장, 36개 연구개발 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약 15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의 미국 자동차 수출 대수는 꾸준히 감소, 2015년에는 약 160만 대에 그쳐 대미 수출이 절정에 달했던 1986년 340만 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 자동차 업계의 미국에서의 생산은 꾸준히 증가해 1985년 약 29만 대에서 2015년에는 약 384만 대까지 확대된 상태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미일 자동차 무역의 불공정성을 주장함에 따라 환율 및 관세 등을 통해 1980년대와 같은 통상마찰이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016년 일본에서 판매된 수입차량은 29만 5114대이다. 하지만 미국 브랜드인 포드의 판매 실적은 2,143대, GM은 602대에 그치는 등 판매가 부진했다. 특히 포드는 수익성 악화로 일본 사업에서 철수했다.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인 나카니시 자동차 산업 리서치의 나카노 코오시 대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일 통상마찰의 재현 시 자동차가 표적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일본 경제산업대신은 1978년 이후 일본의 자동차 및 주요 자동차 부품의 관세율이 제로인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차별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지난 10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이 미국 인프라사업에 투자해 미국에서 수십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내용의 경제협력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자동차 업계도 해결책 모색에 나서고 있다. 나카니시 자동차 산업 리서치의 나카노 대표는 수요가 있는 곳에서 생산을 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원칙으로 해 미국 내 생산을 늘릴 경우 통상마찰의 재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미국 자동차 및 부품기업의 미국 생산 확대 움직임이 가시화될 조짐이다.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달 9일 향후 5년간 미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는 인디애나주 공장 설비 증강을 위해 6억 달러를 투자해 400명을 고용하겠다고 다시 발표했다. 후지 중공업은 2016년 말 인디애나주 공장에서 1500여명을 새로 채용한 데 이어, 생산능력을 2016년 40만 대에서 2018년 44만 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사히 글라스는 지난해 4우러부터 가동한 멕시코의 자동차 유리공장에서 생산품목을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백지화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용 브레이크 마찰재 점유을을 보유하고 있는 닛신보 홀딩스는 지난 8일 멕시코 신공장 건설계획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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