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건, 양(洋)의 동서를 떠나 지도자에겐 책임이 따른다. 의무다. 중국 춘추시대 말 정(鄭)나라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자산(子産)은 덕망 있는 정치가였다. 경(卿)으로서 23년간 집정하면서 귀족의 특권을 제한하는 등 위로부터 아래로의 개혁을 추진했다.

하루는 자산이 진수와 유수라는 강에서 자신이 타는 수레로 사람들을 건네주었다. 백성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이에 대해 맹자가 말하기를 “은혜로운 일이다. 하지만 정치를 제대로 하는 법을 모르는 소치이다. 그해 11월 농사가 끝났을 때 사람이 걸어 다닐 만한 작은 다리를 만들고, 12월에 큰 수레가 다닐 수 있는 다리를 만들면 백성은 강 건널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군자가 정치를 바르게 하고 있다면 행차하는 데 사람들을 물리치고 빨리 다니는 것도 무방한데 어찌 한 사람 한 사람을 수레에 싣고 그들을 건네주고 있겠는가.(君子平其政 行?人可也 焉得人人而濟之)”라고 말했다.

“위정자가 모든 사람을 일일이 기쁘게 하려면 하루 종일 수레로 강을 건너게 해주어도 부족할 것이다.(故?政者 每人而悅之 日亦不足矣)”라는 말도 덧붙였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빨라도 3월 둘째 주 이후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헌재심판 초기부터 무더기 사실조회와 증인신청으로 지연작전을 펼쳐왔기에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문제는 헌재가 이정미 재판관 퇴임 시점인 3월 13일 이전에 종국결정이 선고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국민들이 헌재에 상당한 불만을 제기하게 되고, 국정공백은 깊어지며 사회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대리인단 측은 탄핵심판 당사자인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 카드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재판에 나오면 수많은 증인들의 증언을 모두 뒤집어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그래도 변론 종결을 늦추는데 가장 효과적인 카드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 면담 조사도 받지 않은 터에 ‘꼼수’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다.

인류 역사상 국민이 지도자를 원망하는데 망하지 않은 나라는 없었다. 최선의 정치는 지도자와 국민 간에 소통이 잘되고 서로를 신뢰해 믿음의 정치를 하는 것이다. 백성을 위한 성실함이 기본 전제다.

‘논어’에 자장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항상 마음을 국정에 두어서 게을리하지 말며 정사를 행할 때는 충실하게 하라(子張 問政 子曰 居之無倦 行之以忠)”고 권면한 게 잘 말해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에 가능토록 자리를 펴준 박 대통령은 대의의 길에서 깊은 반성을 하는 게 도리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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