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대내외 악재들에 짓눌리고 있다. 비상한 자세로 경제 위기를 돌파해야겠다.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주목된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리스크' 외에 핵 실험에 이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증폭된 북한 발 리스크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의로 번지면서 우리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한층 커졌다. 설상가상 최순실 일당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국정공백과 사회 갈등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각종 리스크로 뭉쳐진 ‘삼각파도’가 한국 경제를 덮칠 기세인 것이다. 세계 5위 한진해운의 파산 선고는 상징성이 작지 않다. 최고지도자의 거버넌스 부재는 한국 경제에 암운(暗雲)을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경제 환경의 안팎곱사등이에 따른 전도(前途) 불투명!

■불투명 미래, 기존 패러다임 종말

시장경제 참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불확실성’이다. 예컨대 투자자들에게 주사위를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상하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자신 있게 베팅할 수 있겠는가. 벌어질 일에 대한 적중 리스크가 크다면 시장 선순환을 위한 경제행위는 위축되고 그 후유증은 가늠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 불확실성은 부정적인 미래, 더 확장시켜 이야기하자면 한 시대를 풍미하며 모두에게 익숙했던 패러다임의 종말을 내포한다. 미래가 현재의 연장선상임과 동시에 긍정적인 결과까지 기대된다면 ‘청사진’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이다.

미국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예상대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추진이다.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민을 고용하라!"는 대통령 품위와 거리를 둔 멘트는 유세 때부터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 더 두렵게 다가온다. 수 십 년 세계경제를 지탱했던 자유무역질서의 종말이 바야흐로 시작됐다. 세계유수의 기업들이 미국으로의 복귀와 투자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혹자는 제4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레이건과 유사한 점을 꼽으며 ‘지나친 우려’라고 일갈한다. 레이거노믹스처럼 트럼프노믹스도 글로벌 경기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아웃사이더 출신인 것도 그렇고 보호무역주의, 감세정책을 큰 줄기로 삼고 있는 맥락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전부다. 레이건 취임 당시에는 경기침체와 물가폭등이 겹친 스테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이 화두였다. 양적완화의 여지가 있었다. 반면 트럼프는 장기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하는 처지다. 세수 확보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가 서민층 지지를 얻기 위해 감세를 언급하면서도 부자 증세라는 역설적 카드를 꺼낸 이유다. 훨씬 터프한 상황이다.

■국정농단 파문 딛고 면밀한 대비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핵 공격 위협도 불사하겠다는 극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미국의 군사력이 어떻게 사용될지는 아무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남북 대치 상황인 한반도 안보가 일촉즉발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국내 정정이 극도로 혼란스럽다. 현재의 정부는 추진 동력을 잃었다. 정부와 정치권, 경제계가 합심해 트럼프 시대로 대표되는 새로운 환경에 긍정 대응해 국익 제고에 힘써야겠다. 국민적 지혜를 모을 때이다.

‘서경’에 “걱정이 없을 때 미리 경계해 법도를 잃지 말고(儆戒無虞 罔失法度) 편안히 놀지 말며 즐거움에 지나치게 빠지지 말라(罔遊于逸 罔淫于樂).”고 경책한 바를 되새기에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사실 600여조원의 급증하는 부동자금은 당장 주택시장에서부터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주택시장이 잠잠하다. ‘아메리카 및 차이나 쇼크’가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 구입이나 금융시장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잠재성장률 회복 등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하겠다. 투자 활성화와 고용 유연성을 위해 정부와 기업, 노조가 힘을 합할 때이다. 그래야 자금도 생산적으로 돌릴 수 있다. 원나라 때 잡극작가 관한경(關漢卿)은 ‘구풍진(救風塵)’이라는 잡극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배가 강의 한복판에 다다른 뒤에야 물이 새는 것을 고치려 한다면 이미 늦는다(船到江心補漏遲).”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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