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오랜 과제이자 고질병인 정경유착을 끊어내려는 사회적 합의가 긴요하다.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의 진상 규명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글로벌 기업이자 국내 최대업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7일 구속됐다.

이 부회장에게는 최순실씨와 공모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삼성 창립 79년 만에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앗다. 충격파가 만만찮다. 당장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주식자산 평가액이 당일 종가 기준 26조5621억원으로 전날 대비 2791억원 줄었다.

이뿐만 아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이 내놓을 것으로 점쳐졌던 쇄신안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특검의 수사가 일단락될 때쯤 이 부회장이 작년 12월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때 밝힌 미래전략실의 해체와 최순실 모녀 승마 지원에 대한 사과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이런 사안들 역시 최종적인 법적 판단 이후에나 가능하게 됐다.

이런 측면에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키워온 전장(電裝) 사업 육성 측면에서 80억 달러(9조2천억원)에 달하는 하만 주식을 삼성전자와 합병하는 안이 통과된 점은 큰 안도감을 준다. 총수 구속이라는 충격 속에서도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준 셈이다.

삼성의 경영 환경이 이렇다 해도 정경유착의 고리 단절은 이제 분명히 해야 한다. 시대적 당위이다. 삼성은 총수의 구속 사태로 글로벌 기업 이미지의 추락이 불가피해졌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부친인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삼성비자금 특검수사를 받았다. 두 사람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구속은 되지 않았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기업 경영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경유착 단절을 위한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 재계는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재단 모금의 창구 역할을 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변신이 시급하다. 삼성, SK, LG의 잇단 전경련 탈퇴를 계기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권력에 기대어 특혜를 누리고 독점적 이익을 추구하는 구태를 말끔히 청산해야 한다.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리드할 수 있는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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