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 불구하고 계획된 경영 일정 착실히 이행
'MWC2017'에서 갤탭3 선 봬…갤S8 티저도 공개

▲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라는 악재를 딛고 미국의 세계적인 자동차 전장(電裝)기업 하만(HARMAN) 인수에 성공했다. 손영권 삼성전자 사장과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가 지난달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하만 전시장에서 하만의 JBL 사운드 바를 설치한 데모차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라는 악재를 딛고 미국의 세계적인 자동차 전장(電裝)기업 하만(HARMAN)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한 시름 놓게 됐다. 다음달에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을 출시해, 지난해 하반기를 강타한 갤럭시노트7 조기 단종의 아픔을 떨치고 스마트폰 시장을 다시 선도해 나간다.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이라는 미증유의 충격 앞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지만 당장의 경영현안은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코네티컷 스탬포드에서 열린 하만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삼성전자와 하만의 합병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인수가 80억 달러(한화 약 9조200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례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하만 인수 건은 이 부회장이 직접 미국 현지에 건너가 협상을 마무리 짓는 등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었다.

지난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 전장사업을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키워 온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전격적인 하만 인수를 발표해 세계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하만 인수 협상은 일부 소액주주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지난달에는 델라웨어주 법원에 하만 경영진을 상대로 합병 반대 소송을 내면서 좌초의 위기를 맞았다. 특히, 이 부회장이 국내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검 수사를 받으면서 하만의 다른 주주들에게까지 역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인수가격이 낮다는 점과 삼성전자 이외 다른 인수계약자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한 '추가제한 금지' 조항에 소액주주들이 주로 반발하면서 제기된 이날 임시 주총 인수합병 표결은 약 70%의 주주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반대는 3% 수준에 불과했다.

임시 주총에서의 인수가결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계속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한국에서 반독점규제 당국의 승인이 이뤄져야 늦어도 올해 3분기까지의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다.

트럼프 신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우선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각국이 세계경제의 위축 속에서 보호무역주의와 폐쇄주의로 회귀하고 있어서 각국 규제당국을 설득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하만 인수를 발판으로 전장부품 사업에 더욱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자사의 G5 통신과 디스플레이, IT 기술에 하만의 전장 사업 노하우와 고객 네트워크 등을 결합해 '커넥티드 카' 관련 전장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예정이다.

전장 사업들을 제외한 다른 사업들도 계획된 일정대로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최대 이동통신산업 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는 신제품 태블릿 PC 갤럭시탭S3를 선보이고, 갤S8 티저 이미지도 공개한다.

다음달 29일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동시에 갤S8을 공개할 예정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로 "땡큐! 삼성"이라며 강하게 투자를 압박하고 있는 미국 가전제품 생산공장 건립 건도 계속 검토 중이다.

현재 미국 앨라배마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과 투자 인센티브, 입지 조건 등을 두고 교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구속이라는 큰 위기를 맞았지만 사업부문별로 전문경영인이 맡은 바 책임을 지면서 이 난국을 돌파해나갈 계획이다. 시장의 반응도 당장 사업이나 기업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제2의 하만' 등 신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적극적인 모멘텀을 갖기 힘들어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단위로 움직이는 사업구조이기 때문에 이미 공개된 경영일정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며 "다만 현재 검토 중인 M&A를 성사시키고 미래사업을 발굴을 하는 일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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