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구속으로 해체 예정 미전실 기능은 당분간 필요
대국민 사과와 사재출연 이행은 법적 판단 이후 관측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이 올 상반기 중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던 '뉴 삼성' 쇄신안도 늦춰질 전망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당초 삼성그룹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마무리될 때쯤 대대적인 인사·조직 쇄신안을 제시하며 분위기 일신을 도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때 밝힌 그룹 미래전략실의 폐지와 최순실 모녀 승마 지원에 대한 사과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으로 이런 사안들 역시 사법적 판단이 최종적으로 이뤄지고 난 뒤에 가능하게 됐다는 관측이다.

당장 미전실 해체는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초유의 그룹 총수 구속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전실 기능마저 사라지면 그룹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미전실이 구속된 오너를 대신해 그룹 차원의 거시적 의사결정이나 계열사 간 업무조정 등의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총수 대행으로는 삼성의 '2인자'로 불리는 최지성 실장(부회장)이 거론된다. 하지만 그 역시 형사 피의자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처지이어서 운신의 폭은 그리 넓지 못한 형편이다.

이에 더해,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까지 입건된 상황이어서 수사 진행 결과에 따라서 그룹 최고 핵심부의 총체적인 경영공백까지 우려된다.

그 대안으로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이 총수 대행으로 언급된다.

이처럼 그룹 수뇌부의 앞길이 안개속인 가운데에서도 삼성 미전실은 총수의 무죄 입증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무팀을 중심으로 전략, 기획, 커뮤니케이션 팀 등이 총수 구명을 위한 비상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미전실 해체를 약속했지만 당장 실무 임직원들로서는 그 문제를 염두에 둘 틈이 없을 만큼 긴박하다"고 말했다.

최순실 모녀 승마 지원을 두고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지만 이 역시 불투명해졌다.

삼성은 그동안 승마 지원에 대해 '강요에 의한 지원'이라고 강조해왔고, 불법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적절한 정경유착이라는 입장이었다.

그에 따라 도의적·사회적 책임 차원의 사과 표명이 거론됐지만 이 부회장 구속으로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지난 2008년 비자금 특검 후속조치로 추진된 이건희 삼성 회장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 후 세금 납부 및 남은 이익금의 사회 환원도 후순위로 밀리게 됐다.

한때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이익금에 이재용 부회장이 추가로 사재를 출연해 사회에 환원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 또한 당분간 유보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당장은 총수의 혐의와 관련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게 최우선 과제이다"며 "그 밖의 다른 현안들은 일단 보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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