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의 정치적 책임 의식이 이토록 부재할 줄 새삼 놀랍다. 자유한국당은 19일 야4당이 '박영수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한 데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4당이 원내대표 회동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특검 연장 요구를 수용하라고 합의한 사실을 지적, "그 부분은 황 권한대행이 판단할 문제"라면서 이같이 말한 것이다.

특검은 정해진 시한 내에 특검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 중이어서 헌재 결정전에 특검이 수사를 끝내야 한다. 헌재에서 결정을 내린 뒤에도 특검이 계속 수사하는 것은 순서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최순실 일당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하고 있다. 혼돈의 사회상 속에 국민 간 갈등만 심화되고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혼돈이다. 분명한 것은 이 혼돈의 책임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데서 보듯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 호가호위한 비선실세들의 탓이 크다. 문제는 현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이른바 친박(친박근혜)계가 이를 방조하고 지지했다는 점이다. 국정농단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힌 비박계는 2016년 20대 총선 때 공천 학살을 당하기도 했고, 이후 바른정당을 창당하기에 이르렀음은 삼척동자도 안다.

친박계가 다수 잔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작금 ‘촛불집회’ ‘태극기 집회’로 상징되는 사회 갈등과 국정공백에 큰 책임이 있음에도 특검의 수사기한 연장을 반대하는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진실규명을 하지 말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여당은 대통령을 만든 당이고, 마땅히 그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다. 아울러 대통령의 곁에서 보필해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음에도 최순실씨의 행각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직무태만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근래 특검팀의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청와대 측을 포함해 일부 주요 혐의자들의 비협조로 수사 진척이 더디다. 특검 연장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주된 이유다. 이 같은 실정을 감안, 이달 말 수사 기간 종료를 앞둔 특검팀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수사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지 닷새째다.

특검이 수사기간 연장에 관한 의견서를 황 대행에게 전달한 것은 박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고, 압수수색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청와대를 겨냥한 압박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특검을 연장해야 한다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다. 비리의 정도가 워낙 깊고 방대하기 때문에 수사기간 70일로는 제대로 조사하기 힘들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거나 대면조사 여부로 시간끌기를 노골화하고 있고, 측근들 역시 잠적과 묵비권 등으로 수사방해를 일삼으면서 특검이 수사에 애로를 겪어 왔다.

한국당은 ‘박 대통령 탄핵’이라는 이 참담한 대한민국의 현실 앞에 참회의 의미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도리이다. 특히 친박계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 거취 문제를 포함해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게 도리일 것이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잘못을 모르는 우둔함은 또 다른 폐해를 국민에게 끼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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