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뇌관’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30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액수도 문제려니와 이를 갚아야 할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파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경제정책의 핵심은 세금을 더 걷는 대신 국채 발행을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즉 나랏빚으로 자국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뜻이다. 국채 발행을 늘리면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금리 상승)하고, 재정을 많이 풀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 이는 모두 미국의 금리 인상을 부를 수 있어, 한국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당장 국제금융기관들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의 위험도를 경고하고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 지난해 9월 "가계부채 비율 1%포인트 증가시 소비는 0.06%포인트 감소하는 등 가계부채가 전반적인 경기 활력까지 저하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가계 부채 총량이 GDP의 85%를 넘어가면 부채가 그 나라의 경제성장을 막는다고 보는데, 지난해 6월 기준 한국의 비율은 90%로, 신흥국 20개국 중 가장 높았다.

자연 가계부채 한계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2015년말 기준 158만 3000 가구에서 2016년 181만 5000 가구로 일년새 24만 가구가 늘어났다. 오죽하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20일 "금리상승 및 소득감소 충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로, 맞춤형 정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겠는가.

국회의장 정책수석실이 이날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금융부채가구 중 한계가구 비중은 2015년 14.8%(158만 3000 가구)에서 2016년 16.7%(181만 5000 가구)로 증가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2016년 기준 18.1%), 30대 청년층(18.0%), 수도권(18.9%), 무직자(22.7%), 고용주(22.4%), 자영자(18.2%), 소득1분위(23.8%)에서 한계가구가 많았다.

정부는 한계가구 특히 저소득층, 자영업자, 청년층, 고령층, 하우스푸어의 상환능력 제고를 위한 맞춤형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소득향상, 서민금융, 채무조정ㆍ신용회복 등 저소득층 한계가구를 위한 3각축 대책 마련과 자영업자 한계가구를 대상으로 동종업종의 과다경쟁 완화 및 부채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써야겠다.

물론 가계 부채는 금융 쪽에서만 해결되는 게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도 참여해 창업·고용 문제를 패키지로 논의할 필요가 있음을 깊이 인식하길 바란다. 중소상공인과 서민가계의 목을 죄는 금융부채 경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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