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들 판매수수료 적어 외면 가능성 고조
실제 보장범위·보험료 인하효과 체감 낮을 듯
[일간투데이 전근홍 기자] 과잉진료로 높아지는 손해율을 막고 보험료 인하 효과를 위해 오는 4월 새로운 실손보험이 출시된다. 하지만 출시 이전부터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업계에서는 과거에 비해 전체적인 보장한도가 축소되는 양상을 보여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새롭게 도입되는 실손보험은 의료관광 및 과잉진료행위로 손해율이 높아져 보험료가 상승하는 악순환을 막고자 금융당국이 내놓은 개선책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보험료보다 평균 25%(기본형 상품 기준) 저렴하다며 ‘착한 실손’이란 별칭까지 붙였다.
이 실손보험은 현재 시판중인 상품 구성에서 ‘기본형 + 특약’ 구조로 나뉘어 판매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본형은 대다수의 질병·상해에 대한 진료행위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반면 특약은 1~3형으로 나눠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MRI촬영, 비급여 주사제(비타민·마늘주사) 등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기본형만을 가입할 수도 있으며, 비급여 주사제인 마늘주사 요법을 보장받고 싶다면 특약 2를 추가해 가입하면 된다.
기본형과 특약으로 상품 구성을 분리했기에 불필요한 보장담보를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선 장점이지만, 특약(기본형은 20% 유지)의 자기부담비율이 30%로 높아졌다는 점에서 소비자를 유인할 만한 장점이 없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기본형 상품만을 가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기존 실손보험과 같이 기본형에 특약이 포함된 패키지 형태의 상품 판매가 주를 이룰 것이란 소리다.
보험업계 장기상품파트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보험상품 자율화 기조에 따라서 각 사의 영업방식은 푸시(push)영업 형태에서 풀(pull)영업으로 변화해왔다”며 “새롭게 출시되는 실손보험은 소비자를 당길만한 유인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와 역 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특약에 보장한도와 보장횟수가 설정돼 있다는 점에서 보장이 축소된 것처럼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실손 보험 표준화 이전인 2009년 10월 이전에 가입자의 경우 상품에 따라 자기부담금이 없어 병원비를 청구하면 100% 보험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설계사 채널에서 보험료가 워낙 저렴해 판매수수료가 적은 기본형 상품만을 판매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불필요한 보장을 빼고 저렴한 보험료에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개편방안 취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될 전망이다.
손해보험사의 한 설계사는 “보험료가 저렴한 실손보험을 팔아서 남는 것이 없다”며 “상대적으로 비싼 자동차보험 상품을 하나 더 판매하는 것이 남는 장사다”고 푸념했다.
이어 “우리도 남는게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형과 특약 상품을 함께 구성하도록 권유하는 방식으로 판매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연초부터 각 사가 실손보험료를 인상 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4월 출시되는 실손보험 신상품에도 인상된 가격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상품도 같은 위험률을 반영해서 보험료가 오를 것”이라며 “예를 들어 20% 보험료가 인상된다고 가정했을 때 기본형은 10%, 특약은 구성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30% 이상 인상이 되는 등 상승폭이 가파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영업 현장에서 실손보험의 경우 마진이 남는 상품은 아니다”며 “기본형과 특약형으로 분리돼 판매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높아졌기 때문에 보험다모아 등에서 각 사의 상품 가격을 면밀히 비교 후 꼭 필요한 보장만을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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