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물가 상승 등으로 소비심리 위축 심화

▲ 21일 오후 귀국하는 이용객들로 붐비는 인천공항 입국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해외여행객수
2238만명으로 전년비해
15.9% 늘었지만

1인당 카드사용액은
305弗로 전년比 11.7% 줄어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급증세를 보이면서 해외에서 사용한 비용이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지만 개개인의 씀씀이는 오히려 예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었지만 이들도 '묻지마 쇼핑' 등을 삼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서 카드로 결제한 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사용금액 상승률은 출국자가 증가한 만큼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물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등 소비 심리가 위축된 탓으로 풀이된다. 또,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났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16년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사용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이 해외에서 카드로 사용한 금액은 143억달러로, 2015년(132억6400만달러)보다 7.8%(10억3600만달러) 증가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2011년(86억1천900만 달러)과 비교하면 5년 사이 65.9%(56억8100만달러) 급증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출국한 국민은 2238만명으로, 전년(1931만명)대비 15.9% 늘었다. 특별한 요인이 작용하지 않으면 해외여행자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한은은 전망했다.

그러나 연간 기준 상승률로 보면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해외 카드 실적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2015년부터 8.7%, 지난해 7.8%로 2년 연속 한 자릿수다.

정선영 국제국 한은 자본이동분석팀 차장은 "해외에서 결제한 카드 사용액이 늘어난 이유로는 해외여행객 증가 때문"이라며 "연간 기준으로 분석하면 그 증가율은 점점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 약세에 따른 부담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사용액을 연평균 원/달러 환율 1160.4원으로 환산하면 약 16조5900억원이다. 달러화 기준 증가율은 2015년(8.7%)보다는 0.9%p 낮아졌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영향 준 셈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쓴 카드는 모두 4692만1000장으로 2015년보다 22.1% 늘었다. 하지만 신용카드 한 장당 사용액은 305달러로 전년보다 11.7% 줄었다.

카드 종류별로는 신용카드 사용액이 102억6800만 달러로 8.5%, 체크카드 사용액이 36억3100만 달러로 12.4% 각각 늘었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100억달러를 넘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직불카드는 4억100만 달러로 29.0% 줄었다. 해외에서 결제한 카드 금액의 증가세는 내수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지출 항목에서 민간소비 증가율은 2.4%로 집계됐다. 해외에서 카드로 쓴 사용액의 증가율이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의 3배를 웃돌았다.

한편,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카드로 쓴 금액은 107억800만달러(약 12조4000억원)로 전년보다 6.6%(6억6000만달러) 늘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급감했던 외국인 관광객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1724만명으로 전년보다 30.3% 급증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카드 금액은 늘었지만, 메르스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2014년 외국인이 국내에 쓴 카드 사용액(115억7000만달러)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 차장은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과 일본인 등 해외관광객이 크게 늘었지만, 1인당 씀씀이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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