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전체주의 체제 아래에서 억눌려 고통 받는 개인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작품 속에서 '빅 브라더'가 각 개인들의 일상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텔레스크린(telescreen)'이다.

텔레비전(television)이 중앙에서 각 개인에게 정보를 전파한다면, 텔레스크린은 반대로 각 가정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서 개인의 내밀한 정보를 중앙에 집중시킨다.

지금 우리는 그 텔레스크린이 현실 속에서 가능한 모습을 보고 있다. 연결성(connectivity)과 융복합(convergence)을 특징으로 하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가 만들어 낸 4차 산업혁명의 바람 덕분이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나오는 우리 전자·통신 기업들의 신제품이 증명하듯이, 모든 가전제품들과 자동차, 집은 이제 하나로 연결된다. 외출했다 집에 들어오면 음성비서 서비스를 이용해 말만 하면 전등이 켜지고 난방이 돌아가며 음악이 들린다. 각종 가전제품들은 사용자의 생활습관과 취향을 스스로 학습해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에는 그에 상응한 대가가 기다린다. 인공지능은 중앙과 연결돼 무수한 사람들의 빅데이터를 통해서 학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행위유형을 빨리 파악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중앙의 빅데이터 관리자가 성실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스스로 통제자가 되거나 권력의 외압에 휘둘려 정보를 권력자에게 갖다 바친다면, 우리는 오웰이 꿰뚫어 본 텔레스크린을 우리 스스로 맞아 들이게 된다.

더도 말고, 몇 년 전 카카오톡이 정부당국의 감청영장청구에 개인대화자료를 넘기자 이용자들이 사생활 노출을 꺼리며 텔레그램으로 대거 사이버 망명하지 않았던가? 이에 반해, 애플은 백도어를 만들라는 FBI의 요구에 단호히 거부하지 않았던가?

정부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탄압하고, 기업이 고객의 소중한 정보를 보호하려 하지 않는 문화의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얼마간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진정한 4차 혁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흔히 브레이크가 있어야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이 펼쳐 보일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를 제대로 맞이하려면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에 대한 관심을 확고히 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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