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수출 부가가치율 63.3%…주요 선진국比↓
무역협회 "산업구조 고부가가치화" 강조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전 세계가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실질 교역액인 부가가치 기준으로 측정시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같은 감소폭은 미국의 주요 교역국보다 매우 높은 수준으로, 앞으로 통상 압박을 받을 경우 대응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무역구조를 통해 본 우리의 대미 무역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2014년 세계산업연관표를 활용해 부가가치 기준으로 미국의 무역수지를 측정할 경우 대미 무역적자 폭이 79.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한 대응논리로 활용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산업연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유럽 12개 연구기관이 공동 작성한 통계로, 우리나라 등 총 43개국 56개 산업의 무역현황을 다룬다.

미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80% 가까이 줄었다는 것은 반대로 한·미 간 교역에서 낸 실질적인 흑자가 총액기준 무역흑자의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부가가치 기준으로 측정시 무역적자 감소 폭은 한국(79.1%)이 미국 주요 교역국인 일본(69.3%)과 독일(65.6%), 멕시코(55.9%), 중국(45.1%)보다 크게 나타났다.

미국에 대한 무역적자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난 이유는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부가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국 수출의 부가가치율은 63.3%로 미국(87.2%)과 일본(78.9%), 독일(71.2%) 등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82.6%)보다 낮다.

보고서는 "한국은 원자재 및 중간재의 해외조달 비중이 높고 전기·전자와 기계 등 조립가공제품의 수출 비중이 높아 부가가치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이 수치는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응한 방어논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에 대해 '미국의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 '미국이 체결한 모든 FTA 재검토' 등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김경훈 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대미 무역수지 적자가 부가가치 기준으로는 과다하지 않다는 점과 한미 FTA 체결 이후 미국의 서비스 수지 흑자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대응 논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 총생산에서 국내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보다 부가가치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산업구조의 고부가가치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