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금통위 '만장일치'로 동결…한·미 기준금리 격차 0.5%포인트
가계부채·경기둔화 인상 걸림돌…美 금리인상 예고에 하방도 꽉 막혀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준금리 결정 설명회에서 금리유지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김수정 기자] 한국은행이 8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내수 경기가 불안한데다, 시한폭탄 같은 가계부채도 1300조원을 넘어서면서 '인상'이냐 '인하'냐 딱히 방향을 설정하기 애매해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대외적인 변수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2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1.50%에서 1.25%로 인하한 뒤 8개월째 꽁꽁 묶어두고 있다. 그러는 사이 미국은 한 차례 금리를 올렸다. 한때 4%포인트 넘게 벌어졌던 한·미간 금리격차는 현재 0.5%포인트로 좁혀졌다. 미국 대비 높은 금리 탓에 투자 매력을 느꼈던 외국인들이 자금을 회수할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한국이 당장 기준금리를 따라 올리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우선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인 1300조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잔액은 1344조3000억원을 기록, 지난 1년 새 무려 141조원이나 증가했다. 가계부채는 지난 2014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뒤 꾸준히 증가하면서 마침내 1300조원을 넘어섰다. 경제의 뇌관으로 통하는 '가계부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도 커진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다. 반대로 기준금리를 내리자니 가계대출이 늘어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목을 잡는다. 은행권은 '여신 가이드라인' 시행 등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대출 증가세가 잦아들었지만,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42조원을 넘어섰다.

취약한 내수도 문제다.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4%까지 내려갔다. 특히 민간소비 부문이 지난해 2분기 1.0%에서 4부기 0.2%로 낮아져 최악의 소비심리를 나타냈다. 지난해 소비자심리지수는 99.5포인트를 기록, 100을 밑돌았다. 100포인트 미만은 앞으로의 생활형편이나 수입, 경기 등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도 지난해 생산지수가 1% 성장률에 그쳤다.

수출 역시 불안하다.

한국은행은 이번에 통화정책을 결정하면서 '수출 지표의 개선'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지난해 수출은 5.9% 감소해 지난 2015년 8% 줄었던 것 보다 감소폭이 둔화됐다. 올 1월에는 11.2%로 두자릿 수 증가율을 보이며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 주의를 시사했고, 트럼프 정부의 '환율 조작국' 지정 발언이 원화가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강중구·이지선 연구원은 "올해 우리 수출은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증가세가 둔화되는 상고하저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세계경기가 바닥을 치고 호전되는 움직임이 있지만 회복세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더욱이 보호주의 강화와 환율시장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수출이 국내경기를 이끌어갈 정도로 크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올해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하반기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한국은행은 올해 인상카드를 꺼내지 않을 공산이 크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견된 상황에서 인하도 어렵다. 이주열 총재도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해 나갈 것을 시사했다.

전문가들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갑작스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연구원은 "경기가 좋지 못한데다, 2월 수출 지표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무게 중심은 낮아질 것"이라며 "수출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 금리 격차가 좁아지더라도 외국인 자금 이탈은 가파르지는 않을 것같다"고 예상했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이라는 대외 불확실성,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 소비자 물가 상승 등이 이번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며 "생각했던 것 보다 내수가 더 나쁘다던가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연되면 인하 여지는 열어둘 수 있지만, 올해는 현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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