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함영주 "2년 더 이끈다"…신한銀 조용병→위성호
우리 '지주사 전환'·하나 '통합 시너지'·신한 '리딩뱅크' 숙원

▲ (왼쪽부터)함영주 하나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내정자. 사진=각 은행
[일간투데이 김수정 기자] 3대 시중은행이 행장 선임을 마무리지었다. '물갈이' 인사 보단 예상을 빗나가지 않은 수준에서 모두 결정됐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현 행장 체제를 '한번 더' 믿어보기로 했고, 신한은행은 세대교체를 선택했다. 하지만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을 선택하며 반전은 없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 21일 은행 임원후보추천 위원회(이하 임추위)를 통해 함영주 현 은행장을 2년 임기 은행장 단독후보로 추천했다.

함 행장은 지난 2015년 출범한 '하나-외환은행' 통합 법인의 초대 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1년 5개월간 KEB하나은행을 이끌어왔다. 임추위는 그가 통합법인 초대행장으로써 큰 마찰없이 전산통합, 노조통합, 교차발령 등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만들어냈다고 판단, 2년 더 그에게 맡기기로 했다.

함 행장은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공식 취임한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연임에 성공했다. 사외이사들이 낙점하기 때문에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유력 후보였던 이 행장이 내정됐다. 사외이사들은 민영화를 성공시키고 부채비율을 낮추며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개선한 점을 높이 사며 이 행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이순우 전 행장의 뒤를 이어 지난 2014년 12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했으며, 앞으로 2년 더 행장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한편 신임 신한은행장에는 위성호 현 신한카드 사장이 내정됐다. 신한은 조용병 현 행장이 지주사 회장에 내정되며, 교체가 불가피했다. 위 사장은 지난달 지주사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서 "차기 회장을 도와 조직 발전에 기여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혀, 사실상 이번 은행장 인선은 예상 가능한 수순이었다.

위 사장은 '신한사태' 관련인물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보 자질 논란이 있었지만, 큰 이변 없이 신임 행장에 내정됐다.

이처럼 은행들이 '모험' 대신 '안전'을 택한 것은 올해가 숙원 사업의 원년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가 통합법인의 초안을 다지는 해였다면 올해는 굳히기에 들어가야 한다. '민선 1기'인 우리은행은 올해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 짓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함영주 행장은 통합 첫해부터 은행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이광구 행장은 민영화를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경영의 영속성을 염두에 둔 인선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리딩뱅크' 자리를 지켜야하는 상황에서 수장을 교체하게 됐지만, '전통 신한맨'을 선택하며, 변화를 최소화했다. 위 사장은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후 반포터미널 지점장, 부행장 등 은행 쪽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개혁적인 성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존에 신한은행이 추진하던 '디지털', '글로벌' 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분들은 조직별로 이유가 각각 다를 것"이라며 "다만 경기가 좋지 않아 조직에 급격한 변화보다는 검증된 분들을 선임해 현 체제를 지속적으로 이끌어주길 기대하는 것이 결정에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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