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역사적 진실 규명’을 외면했다. 황 권한대행은 27일 ‘최순실씨 일당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황 권한대행은 “국정 안정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특검 수시기한 연장 불허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최순실 일당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했던 특검은 황 권한대행의 연장 불승인 결정으로 28일 공식활동을 종료하게 된다. 야3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민에 대한 도발”이라며 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무총리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야4당의 의석은 총 198석으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킬 수 있다.

특검은 수사기간이 종료되면 그때까지 조사된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와 관련해 박 대통령을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한다는 방침이다.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은 불소추 특권이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되거나 임기를 마쳐 전직 대통령 신분이 될 때까지 기소중지 해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여하튼 특검 종료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 정도의 사건이라면 너무 많은 의혹이 제기돼 있기에 적어도 유능한 검사 약 40명 정도는 투입해서 1년 정도는 지속적으로 수사해야 비로소 대부분의 실상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 일당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는 수사 대상은 방대한데 충분한 수사기간이 확보되지 않았다. 설상가상 청와대의 ‘방해’까지 겹쳐 주요 대상자의 혐의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만큼 특검의 활동기간 연장은 필요했다. 예컨대 특검이 청구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22일 기각된 것은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해야 할 주된 이유가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의 과정에 막중한 책임이 있는 인사인데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 등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병 학보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물론 특검팀은 어려운 여건에도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에 돌입한 특검은 '삼성-박근혜ㆍ최순실 간 뇌물수수 의혹',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ㆍ학사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이날 현재까지 모두 14명을 구속했다.

문제는 최순실 일당 국정농단 사건이 다시 검찰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면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검찰은 재벌과 권력 간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직권남용죄로만 기소했고, 우병우 전 청와대민정수석 등 관련 공무원들의 의혹에 대해 제대로 수사도 하지 못한 채 특검한테 사건을 전부 이관했던 것이다.

특검에게 남은 할 일이 적잖다. 박 대통령이나 대기업, 우 전 수석 등의 관련 자료들을 면밀히 챙겨 검찰의 후속 수사가 제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공소유지와 관련, 특별검사나 특검보 등의 겸직금지에 대한 현실적 제약이 있지만 국민신뢰를 바탕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특검에 이어 수사하게 될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른 올곧은 수사를 통해 파사현정의 정의를 세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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