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부국장대우
중세 때 오랜 시간 항해 끝에 태평양을 거쳐 일본에 상륙한 유럽의 상인들이 표현했던 말이 있다. 자그마한 종족들이 검을 잘 쓰며 쉽게 타인을 목을 베고 자존심을 이유로 명예가 더럽혀지면 할복을 서슴지 않는 잔인한 종족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서양은 항복자와 전사자의 비율이 4:1이지만 일본군은 1:120일 정도로 항복을 죽음보다 더한 수치로 여겼다고 한다. 일본은 정신이 육체를 앞선다는 프랑스 엘랑비탈 학파의 황당한 전쟁이론과 함께 옥쇄(玉碎, 교쿠사이)를 미화하는 민족이다. 그들의 국화(國花)가 벚꽃이 된 것도 한 번에 폈다 한 번에 지는 옥쇄(옥같이 아름답게 부서지며 죽는다는 뜻)같은 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열악한 현실을 기적적으로 타계하는 능력과 샤일록(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욕심 많은 고리대금업자)을 등칠 수 있는 상술(商術)을 지닌 일본인들이다.
오늘날 일본의 근간을 이룩한 전국시대 세 명의 영주들이 ‘울지 않는 새’를 두고 표현한 일화가 있다.
일본 전체를 벌벌 떨게 했던 맹장(猛將)이며 기인으로 알려진 오다 노부나가는“울지 않는 새는 죽여 버린다”라고 해 그의 스타일을 짐작케 했다. 희대의 장사치며 정치꾼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어떻게 든 울게 한다”고 했다. 또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내의 화신이었다. 그의 지론은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였다. 어린 시절부터 볼모생활과 인고의 세월을 거친 그가 끝내는 세키가하라 벌판에서 이시다 미스나리가 이끄는 히데요리 측과의 동서 대회전을 승리로 이끌며 에도 막부시대를 열었다. 오늘날 일본인들 국민성의 근간을 이루게 한 인내심의 단면을 돋보이는 일화이기도 하다.
대동아 공영이란 기치아래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은 패망 후 국가재건을 위해 게이샤를 외화수입의 첨병으로 활용할 정도로 집요한 민족이었다. 그런 기저로 교코라는 기생을 주인공으로 한 세계적인 명작이 탄생하기도 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이다.
일본은 국가 존립을 위해서라면 개인을 희생하며 극도로 단합하는 그런 서늘한 민족이다. 하물며 이웃인 작금의 대한민국은 나라의 수장을 놓고 탄핵 찬반으로 나뉜 채 국가 분열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세계가 자국보호 중심으로 돌아가고 사드에 뿔난 중국이 ‘경제 갑질’을 일삼고 있다. 한술 더 떠 아베정권은 점점 극우의 길을 택하고 있다. 구한말 위기의 세계정세가 재연되는 것 같아 진정 두렵기까지 하다.
김동초 일간투데이 정경부국장대우
김동초 기자
chodong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