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개강철이다. 대학 새내기들은 정신없다. 모든 게 낯설기 짝이 없는데 익혀야 할 게 한두 가지인가. 그 중에서 제일 고역이 '신입생 환영회'라는 이름의 술자리다. 진짜로 신입생들을 환영하기 위한 자리 같지는 않다. 술 먹고 싶은 선배들이 그럴듯한 명목을 갖다 붙인 것 같다.

20여 년 전 학교 앞 시장 골목. 그날도 신입생 환영 술자리가 술집 몇 군데를 전전하며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이윽고 자정이 되자 술집 이모는 일상이라는 듯 무심히 유리로 된 출입문 위로 커튼을 친다. 그리고 곁눈으로 거리의 인기척을 살핀다.

당시에는 심야 주점영업 규제가 있었다. 12시가 넘으면 더 이상 술을 팔 수 없었다. 문제는 사람이 사는 곳에는 술을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이 으레 있다는 사실. 미국의 1920년대 금주법 시절처럼. 그러기에 술집 주인들은 심야의 취객들을 들여 놓고 커튼으로 가게 안의 불빛이 새어 나가지 못하게 하고서는 술을 팔았다.

그러다 문득 주인 아주머니가 검지 손가락을 펴서 입에 가져다 놓으며 짐짓 눈짓을 한다. 방금까지 왁자지껄하던 술집 안이 순간 정적에 휩싸인다. 저 멀리를 지긋이 보던 아주머니 눈에 단속반원들이 보였던 것이다. 심야영업규제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술집 골목을 순찰하고 있던 것이다. 발걸음이 너무 가까워지면 아예 전등을 껐다. 인정(人定)이 치고 나면 야간에 행인의 왕래를 금했던 조선시대. 순라꾼을 피해 밤거리를 배회했던 조선남녀의 스릴이 느껴졌다.

요즘 게임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야근과 주말근무를 금지한 것이다. '밤 10시 퇴근은 반차, 12시가 칼퇴, 새벽 2시 넘어야 잔업'이라는 말이 회자되던 곳이다. 일부 기자들은 실제로 그대로 실행되는지 확인하려고 이른바 '뻗치기(현장 대기)' 취재까지 들어갔다.

그 부작용으로 사전 승인받고 야근하는 부서원들까지 취재기자들을 의식해서 사무실 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작업하는 촌극까지 빚어지는 모양새다. 그 옛날 심야영업규제가 있을 당시 '가려진 커튼 틈 사이로'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면서 모두가 숨죽이던 선술집의 정경이 떠오른다.

이제 시작이다. 게임업계는 야근을 금지했다는 회사의 공언이 실제가 되도록 지금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노력이 이어진다면 잠복취재중인 열정기자들도 귀가를 서두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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