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팀 전근홍 기자

[일간투데이 전근홍 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4월 실손의료보험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은 ‘기본형’과 ‘기본+특약형’으로 형태로만 판매된다. 기본형만을 선택해 가입하거나 특약 1~3개 선택, 기본형에 더해 추가로 가입할 수 있단 소리다.

기본형 상품은 아주 기본적이며 국민건강보험에서 급여로 인정한 치료에 대해 보장한다. 특약유형은 세 가지로 나뉘며 특약을 추가할수록 보험료는 올라간다. 특약형의 경우 보장범위가 넓은 대신 자기부담금이 기존 20%에서 30%로 오른다.

특약1은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증식치료를 포함하고, 특약2는 비급여 주사제, 특약3에는 비급여 치료인 엠알아이(MRI)치료가 보장항목으로 포함돼 있다. 특약1은 총 450만원 한도에서 연간 최대 50회까지 특약2는 총 250만원 한도에서 연간 최대 50회를 보장한다. 특약 3은 총 300만원 한도에 보장횟수의 제한은 없다.

이번 개편안의 취지는 과잉진료의 원인으로 지목된 비급여 담보를 분리해 손해율 증가에 따른 보험료 인상을 막고 특약 보장 항목에 대한 보장한도 및 자기부담비율을 조정해 국민건강보험의 보완재 기능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열린 실손보험제도 개선 공청회에서부터 줄곧 보험업계는 이번 개편안이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한다. 비급여를 특약형태로 분리해봤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 비급여 항목이 나와 제2, 제3의 도수치료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

따라서 무엇보다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비급여 항목 코드관리 부분으로 꼽힌다. 기존에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 등 비급여 항목은 병원마다 진료비가 최대 1700배까지 차이가 났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비급여 항목은 1만 6680개로 이 중 코드표준화 항목은 1611개(9.7%)에 불과하다. 올해와 내년 200개 항목을 추가해도 1800여개에 그친다. 이에 따라 개편되는 실손보험의 가입자는 갱신 때 보험료 인상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편되는 실손보험은 자기부담비율이 30%로 높이는 대신 기존 상품보다 보험료가 싼 구조다. 자기부담금을 올려 특약 항목에서의 과잉진료를 막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하지만 비급여 항목 코드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과잉진료 행위의 근절은 장담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갱신 시 보험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높은 자기부담금을 감안하고 특약형 상품에 가입한 경우 향후 갱신 시기에 보험료 인상폭(현 5% 내외)이 지금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것.

더욱이 보험 판매채널에서는 지금껏 실손보험은 수당이 많지 않아 미끼 상품 정도였는데 새 상품 역시 남는 것이 없어 기존처럼 실손보험과 보장성보험을 함께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결국, 개편안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보험료의 인하 효과의 체감정도는 매우 낮다는 소리다.

중국 전한(前漢) 때의 학자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초책(楚策)〉에서 유래한 망우보뢰(亡芋補牢)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미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실손보험 개편안이 미봉책임을 뜻하는 고식지계(姑息之計)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 다시금 점검해야 한다. 제자리 걸음이 아니냐는 비난을 면하려면.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