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신한, 지분투자 및 M&A 검토
지점 확대·고객 확보 등 현지화 진행중
전문가 "현지 리스크 축소에 도움"

▲ 우리은행은 지난해 5월 필리핀 금융당국으로부터 저축은행인 Wealth Development Bank 투자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사진=우리은행

[일간투데이 김수정 기자] 시중 은행들이 올해 사업 격전지로 '글로벌'을 꼽으면서 금융권 M&A(인수합병) 시장도 덩달아 달아오를 전망이다. 현지 금융사 인수나 지분투자는 금융 서비스의 현지화를 앞당길 수 있는 만큼, 은행들도 매력적인 매물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12일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비은행 금융기관 지분투자를 통한 해외 네트워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 지역이 검토 1순위다.

은행 측은 "동남아 시장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finance), 리스업, 소비자 금융 등 제2금융권(Non-Banking Sector)의 성장성 및 수익성이 은행산업 보다 양호한 경우를 종종 찾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007년 인도네시아 은행 '빈탕 마눙갈 은행(현 PT Bank KEB Hana)'을 인수했다. 인수 당시 지점수 5곳에 불과한 소규모 은행이었으나, 올해 2월 기준 55개까지 지점을 확대했다. 현재 현지직원 비율은 99.07%에 달하며, 현지 고객수 비율도 89.98%를 기록, 단기간에 현지화에 성공했다.

신한은행 역시 올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낸다. 특히 지난 7일 취임한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자체 역량을 키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과 아시아 유망 시장 내 M&A나 지분투자를 통해 시장을 뚫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위 행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 현지 좋은 매물이 있으면 M&A를 하고, 규제때문에 경영권 인수가 어렵다면 일정 지분 투자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전세계 해외 네트워크 보유 순위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자체 성장 및 M&A를 통해 연내에 해외 지점을 500호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우리은행의 해외 지점수는 총 252개로, 이 중 인도네시아 134개 점포와, 필리핀 16개 점포는 M&A를 통해 확보 및 확대한 사례다.

지난 2013년 소다라은행을 인수하고 이듬해 옛 우리은행 인니법인과 합병을 완했다. 우리 소다라은행은 지난해에도 15개 지점을 추가하는 등 빠르게 지점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필리핀 저축은행 '웰스 디벨롭먼트 뱅크(Wealth Development Bank)' 인수에 대한 현지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지금까지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 전략을 보면 현지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 법인 혹은 사무소를 개설하고, 지점을 내는 식이었다. 이를 통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여신을 지원해주고 수익을 창출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THAAD) 보복과 같은 변수에서는 은행들의 기존 해외 진출 전략은 리스크가 크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다양한 해외 진출 전략을 모색하면서 그 일환으로 해외 M&A나 지분투자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직접 법인이나 사무소를 신설할 때보다 절차나 기간이 단축되고 로컬 은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인수나 지분투자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금융연구원 손상호 연구위원은 "현지 당국의 협조를 얻지못해 애로사항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인수나 지분투자는 이런 리스크를 줄이는 바람직한 방법이다"며 "국가별로 외국계 은행에 대한 개방 정도는 다르지만 국내 은행들 입장에서는 기존에 있던 금융사 중 괜찮은 매물이 있다면 인수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