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일 행정학박사·제천시통일안보전문관

Ⅱ-Ⅲ. 한 인간으로서의 이순신

이순신의 죽음 직전에 있을 때 이순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던 정탁(鄭琢)도 원균에 대해서는 ‘원균은 장병들이 따르니 쓸 만한 장수’ 라는 말을 했다. 이순신은 성격이 곧고 원칙적인 것을 고집하는 사람이었다. 관직에 있으면서 여러 정황을 살펴봐도 그의 성품은 강직해서 상사와 마찰이 있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상관이 시키는 일이라도 부당하면 거부하고, 옳지 않으면 직언을 하는 등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밀고 나가는 성격이라 인간관계에서 부드럽지 못하고 껄끄러운 면면이 있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이런 성격에 조정대신들이나 이순신 본인조차도 자신의 입장을 적극 옹호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원균의 성격에 대해서는 여러 자료에서 문제가 있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충청병사(忠淸兵使)로 잠시 부임했을 때 원균에 대한 평을 ‘범람, 탐용, 포학하다’하면서 사헌부에서 탄핵했던 적이 있다. 이때도 선조는 “원균의 사람됨은 분수를 알아 넘치지 않는다. 이런 어려운 때에 명장을 이처럼 대우해서는 안 된다”라며 도리어 원균을 두둔한다. 같은 사안으로 다시 탄핵을 건의했을 때도 반대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지금의 장수 중에는 원균이 최고다. 설사 정도에 지나친 일이 있더라도 어찌 가볍게 탄핵하여 원균의 마음을 어렵게 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재차 원균을 감싼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이순신에 대한 평가가 리더십이나 업무처리 면에서 명확하고 공정한 반면 원균은 성격의 문제점과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 그럼에도 선조는 일관되게 이순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면과 함께 반감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고 원균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호감과 연민을 가지고 있었다. 원균에 대해 부정적인 평을 한 사람들은 많았다. 선조가 국사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상황에서도 이원익은 “결코 등용해서는 안되는 인물입니다”라고 반대 발언을 한다. 이원익은 왕에게 일정 부분 권한을 위임받아 전쟁을 지휘하거나 조정에 조언하는 체찰사로 이순신과 원균을 직접 찾아가 만난 사람이었다. 이원익은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원균에게 미리 군사를 주어서는 안됩니다. 전투에 임해서는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고 원균을 배반하는 자들이 많을 것입니다”라고 직언을 했다. 원균에 대해 좋은 평이라면 용감하다는 정도다. 이원익의 발언은 적중했다.

이순신의 자리를 이어 원균이 삼도수군통제사가 됐을 때 장수들과의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지휘계통도 문란해졌다.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도 부족해 전투지휘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원균에 대해 유성룡도 용감하다는 의견은 인정했지만 지휘관으로서 능력이 없음을 시사한 발언이 있다. “용감히 싸우는 것은 원균의 장점이지만 지친 군졸을 위로할 줄 모른다“라고 했다. <계속>

유인일 행정학박사·제천시통일안보전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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