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철 칼럼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이란 말이 있다.

매화는 추운 겨울의 고난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맑은 향기를 뿜는다는 뜻이다. 지난겨울 광화문 광장의 아스팔트는 유난히 차가웠다. ​

가을에 시작된 탄핵 시위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드디어 3월 11일에서야 늦은 봄을 맞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끝까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듣고 싶은 한쪽으로만 귀를 열어놓고 ​다른 한쪽에서 외치는 국민의 소리는 끝내 듣지 않았다. 그 결과로 국민 분열을 최고조로 얽혀놓은 채 파면이라는 굴욕을 안았다.

■두패로 나라 갈라놓고 다시 이간질

국민의 분열은 국가의 불행이다. 격동의 세계정세는 미약한 국력으로 버텨내기엔 역부족이다. 국민이 한뜻으로 화합해 헤쳐 나가기도 버겁다. 그럼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금 거꾸로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검찰과 특검의 수사에 협조 않고 버티다 이젠 헌법재판소의 파면선고를 받아놓고도, 결백을 주장하며 다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도대체 그 속셈은 무엇인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라고 했는데, 결백하다면 왜 진즉에 특검이나 헌재에서 밝히지 않았던가? 온 국민을 두 패로 갈라 진을 다 빼놓고, 국격을 떨어뜨려 세계적 망신까지 당했다.

이제 또다시 국민을 이간질해 이 춥고 더러운 겨울을 연장시키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야말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화합의 메시지를 남길 수는 없었던가. 조용히 승복하고 물러나는 희생정신(?)이 국격을 다소나마 덜 훼손시키는, 한때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지도자로서의 덕목이 아니겠는가.

정치인들은 박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 양쪽 귀를 모두 활짝 열고 국민의 소리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하루빨리 국민을 화합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여세로 국력을 키워 우리 주변에서 요동치는 풍랑을 막아내야 할 것이다.​

■자국 이기주의 득세…국민 단결할때

언제 촉발될지 모르는 북한의 핵 도발과, 힘을 앞세운 중국의 안하무인격 옥죄기, 일본의 군사대국화 행보까지 ​우리는 벅찬 도전에 포위돼 있다. ‘혈맹’이라고 믿고 있던 미국의 태도변화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자칭 ‘지구경찰’이라던 미국은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경찰 임무를 포기하고 자국 이익에만 몰입하고 있다.

미국은 보호무역 선언으로 무역장벽을 높여 특히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경제적 타격을 주고 있다. ​이민자를 추방하고 멕시코 장벽까지 설치했다. 무슬림은 입국도 못하게 막았다. 거기다 온실가스 억제를 위한 ‘파리협정’도 파기해 버렸다. 그 뿐인가. 화석 에너지산업을 발전시킨다며 자국 내 석유시추도 재개하기로 했다. 대국답지 않게 사사건건 근시안적 이기주의 정책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해외 150개국에 25만명, 한반도에 2만8천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은 “주한 미군을 철수하거나 방위비 분담금을 올릴것”이라며 우리를 겁박하고 있다. 힘이 없으니 시키는 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한탄스럽다.

혈맹이니 우방이니 하는 소리도 다 힘이 있을 때의 얘기다. 친구는 내가 힘이 있을 때 공평해진다. 스스로 지킬 힘을 갖추지도 못한 우리는 이런 전 방위적 수모를 겪고 있다. 그런데도 서로 반목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경제논리에 밀려 차일피일 미뤄왔던 ‘자주국방’의 기치를 최우선으로 앞세우고,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 국력을 키우는데 모두 힘을 모으자.

황성철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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