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부 금융팀 전근홍기자
[일간투데이 전근홍 기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 16일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재심의를 열고 삼성·한화생명의 제재 수위를 종전보다 대폭 완화했다. 기존 중징계를 슬그머니 내려놓고 ‘기관경고’ 조치로 이른바 ‘관용’의 혜택을 제공한 셈.

당초 영업정지 2~3개월에서 ‘기관경고’로 최고경영자에 대한 징계수위 역시 ‘문책경고’에서 ‘주의적 경고’로 각각 낮췄다. 이번 재심의 대상에서 제외된 교보생명의 경우 영업정지 1개월이 그대로 유지돼 ‘닭 쫒던 개 지붕 쳐다 본 꼴’이 됐다.

금감원의 이번 재심의 결과는 삼성·한화생명이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에 따른 것으로 보험소비자를 위한 ‘사후 수습 노력’을 인정해 이뤄진 것이다.

과연 사후 수습 노력이 충분했고, 합당한 감경조치일까? 그렇다면 지난달 23일 최초 제재심의에서 교보생명이 보여준 사후 수습 노력은 감경사유가 될 수 없단 소린가?

교보생명은 지난달 23일 제재심의위원회 결정 하루 전에 2007년 9월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만 지연이자, 미지급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고 이전 청구 건은 지연이자를 뺀 672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보험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은 지켰을지 모르겠지만 지나친 관용이라는 비판은 면할 길이 없다.

이른바 빅3 생명보험사인 삼성·한화·교보생명의 제재수위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야기했으며, 280만여 건이나 되는 자살보험 잔여계약에 대한 처리문제에 대한 고심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자살보험 잔여계약과 관련, 생보업계와 금감원은 자살을 조장한다는 비난여론을 의식해 잔존계약 효력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안으로 금융당국과 업계안팎에선 ‘약관변경명령’과 ‘승환계약’(타 상품으로 변경) 등이 거론된다. 문제가 된 약관 문구를 변경하거나 잔존계약 건의 상품 변경을 강제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대안 역시 보험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학계를 비롯한 보험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답은 없다. 다만, 금융감독원의 이번 제재결정이 정당성을 확보하고 비난을 면하려면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청취해야 한다. 일이 벌어진 뒤 강경한 자세인 척하다 봐주기 논란에 휩싸이거나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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