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과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의 교훈은 명백하다. "대통령을 잘 뽑자"이다. 국정 수행 능력과 도덕성, 비전을 갖춘 지도자의 중요성이다. 5월 9일에 선출되는 19대 대통령을 향한 대선주자들에 대한 철저하고 충분한 검증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벼락치기’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옥석을 가리는 게 힘들어졌다.

대한민국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은 만큼 이번 대선은 이전과 달라야 한다. 이념·지역·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편 가르기를 하는 진영정치나 세 대결을 되풀이하는 구태 정치인은 배제해야 한다. 헌법에 맞게 권한을 행사하며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 능력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불신 심각한 한국정치의 현주소

우리 국민의 십중팔구는 정치인들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치인들은 나라 걱정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이 87.3%에 달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는 고작 5.3%에 그쳤다.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믿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73.4%나 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심각한 정치 불신의 현주소를 웅변한다. 국민들에게 “정치가 탄핵당했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삼류 정치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에서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 리스크’는 50위에 머물렀다. 전년 43위보다 7단계나 뒷걸음질한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는 96위로 최악이었다.한국 정치가 불신 차원을 넘어 혐오로 번진 데에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정치인들은 우선 식언(食言), 곧 말바꾸기를 밥 먹듯 한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발언을 쏟아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면 오리발을 내밀거나 슬쩍 말을 바꾼다. 선거철마다 허황된 공약을 늘어놓고 표심을 유혹하는 정치인도 부지기수다. 유권자를 상대로 호객행위를 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지경이다.정치의 중요한 기능은 사회 각 분야에서 분출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제도권으로 흡수해 갈등을 푸는 일이다. 그 전제조건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신뢰다. 국민이 믿지 않으면 자신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정치인에게 의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공자가 국가 존립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으로 신뢰를 꼽은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이러한 마당에 정치인들이 자신의 사익을 위해 행동하고, 국민 대다수가 그런 정치인들을 불신한다면 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후보는 자질·역량부터 돌아봐야

19대 대통령선거를 50여일 앞두고 국가를 책임지겠다며 선거판에 뛰어든 정치인이 20명이 넘는다. 이들 중에는 대의보다 사리사욕을 앞세우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치열한 준비와 고민 없이 나서는 것은 역사와 국민에 죄악일 뿐이다. 대선주자들은 입으로 나라를 들먹이기 전에 자신의 자질과 역량부터 돌아볼 일이다.

유권자마다 대통령 선택의 기준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안위와 국민 생명이 걸린 안보관만큼은 분명해야 한다는 게 국민 다수의 생각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보복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불안한 상황을 고려할 때 투철한 안보관은 필수 요건이다. 저성장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유권자들은 대선주자들뿐 아니라 그들의 캠프에 참여하거나 예비 내각을 구성할 인적 자원의 능력과 자질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반듯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반듯한 지도자’를 뽑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무릇 지도자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춘추시대 제나라 명재상 관중이 ‘모름지기 지도자는 마음을 바르게 하고 언행을 곧게 해야 한다(中正外直)’며 “무력이나 권위로는 그 뜻을 얻기 어렵다(武力權威難得意)”고 한 바와 궤를 같이한다. 지도자는 공명정대하게 일처리를 하라는 뜻이다.  국민은 자신들을 대변해서 입법, 사법, 행정, 그리고 나라의 온갖 어려운 일들을 소신껏 능력을 발휘해 나라와 백성을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도록 해 달라고 비싼 세금으로 지도자를 세운다. 하지만 백성들의 열망은 온데간데없이 자신의 권력과 부를 위해서만 일하면 배척돼야 한다. 5월 9일 ‘장미꽃 대선’에선 제대로 된 인물을 우리의 지도자로 뽑자.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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