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공모자’라는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포토라인에서 한 말이다. 딱 두 마디에서 열하루 만에 대통령에서 피의자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를 응축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갖은 수 싸움 끝에 최순실씨 역할을 인정한 지 147일 만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며 부끄러울 따름이다. 유죄 여부를 떠나 나라망신으로 국격 실추가 우려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대국민 사과, 조기 퇴진 시사, 1기 특별수사본부 및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 거부, 기자 간담회 및 인터뷰, 헌법재판소 불출석, 헌재로부터 파면 선고를 거친 끝에 불소추 특권이 없는 자연인 신분으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기까지 파란의 역사를 써왔다.

급기야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밤샘조사를 받았다. 사법처리 여부 및 수위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이나 검찰 모두 국민적 의혹을 푸는 데 주어진 책임이 무겁고 크다. 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 공범들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보면 구속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범죄 혐의만 두고 볼 때는 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의견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그룹에게 433억원을 받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도왔다는 뇌물수수 혐의부터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강요미수,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SK그룹 수뇌부와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를 잇따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SK가 111억원을 재단에 출연한 배경에 최 회장의 사면과 면세점 특허, 계열사 세무조사 무마 등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역시 면세점 특허를 되찾기 위해 45억원을 출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검찰이 추가 조사 과정에서 대기업 뇌물 혐의를 얼마나 입증해냈는지 역시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공범들이 이미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국정농단의 시작이자 공범으로 지목받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혐의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들이 모두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에 주어진 책임이 중차대하다. 검찰은 역사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결과물을 내놔야 할 것이다. 어떤 정치적 의도나 외압에 흔들린다면 검찰은 설 자리를 잃고 만다. 검찰은 헌재가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릴 때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용납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중시했음을 직시하길 바란다. 박 전 대통령이나 검찰 모두 법과 원칙이 중시되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교훈을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을 주시하고 있음을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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