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초 정경부 국장대우

책임질줄 모르는 기득권층
몰상식 판치는 나라로 몰아


하늘이 낸다. ‘나라님과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옛말이 있다. 평범한 범인(凡人)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하늘이 돕지 않으면 어렵다는 게 대통령과 재벌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 말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국정농단을 유발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대통령의 행태와 이와 연관돼 청문회에 불려나온 재벌들의 무책임한 언행들이 오장육부를 뒤집어 놓고 있다.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는데도 나라님이란 분은 끝까지 책임의식은커녕 오로지 모든 사건을 모함으로 몰고 간다. 재벌이란 자들은 재산분할 때문에 가족 간의 진흙탕 싸움과 일확천금이 생기는 정경유착에만 혈안이 돼있다.

이런 와중에도 반성과 자기성찰을 멀리하는 기득권자들의 탐욕과 시기가 현생을 복마전(伏魔殿)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정상적인 사고를 소유한 인간이라면 벌어진 일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며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그 권리만큼의 책임이 하늘처럼 무겁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인간의 매력은 실수하는데 있고 인간의 가치는 그 실수를 인정하는데 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도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며 적어도 인간은 실수와 시련을 통해 다듬어진다.

공자가 그렇게 부르짖었고 강조했던 중용(中庸)의 도리를 모르면서 어찌 한 국가를 다스리는 나라님이 될 수 있으며 만인의 호구(糊口)를 책임지는 재벌이 될 수 있겠는가. 완벽한 중용이 아니라도 좋다. 지도자들이라면 그저 흉내라도 내어 주었으면 싶다.

무릇 사람으로 태어나면 도리와 경우를 지키며 사는 게 상식이다. 상식이 통하면 사회에 무리가 없고 별탈이 없다고 한다. 법이 무너지면 위기지만 상식이 무너지면 모든 게 끝이다.

작금의 세계는 상식을 저버린 패권과 탐욕, 그리고 자국보호정책의 기류가 대세다. 종잡을 수 없는 미국의 트럼프가 그렇고, 사드를 빌미로 치졸한 경제보복을 일삼는 중국의 시진핑이나 속을 알 수 없는 러시아의 푸틴, 전쟁국가로의 부활을 줄기차게 꿈꾸는 아베, 고장 난 시한폭탄 같은 북쪽의 김정은 등등. 이렇게 세계정세가 격동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힘의 균형 속에 열강들의 눈치만 보며 영원한 마이너리그로 전락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영 불안하기만 하다.

민주주의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로 현직대통령이 파면되고 국가가 너무나 혼란스럽다. 책임을 질 줄 모르는 인간들이 지도층과 기득권 층에서 활보하고 있다. 혹자들은 고리타분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요즘 절실하게 신의(信義)와 충(忠)을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가 새삼 그립다. 사내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내어 놓고 여인은 사랑하는 임을 위해서만 치장을 한다고 했다. 진정한 주군과 정을 줄 수 있는 임이 그리워지는 세상이다. 하늘이 이런 시점에서 냉정한 이성을 가지고 정말 낼 수 있는 나라님과 재벌을 보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라님과 재벌은 하늘이 낸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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