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억원 中 80% 출자전환…"6천400억 추가 충당금 필요할 듯"

▲ 3월 10일 기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익스포저 현황(단위 억원). 자료=나이스신용평가

[일간투데이 김수정 기자] 금융당국이 '고통분담' 원칙을 들면서 시중은행들도 대우조선해양 살리기에 동참하게 됐다. 특히 시중은행의 채무조정없이는 3조원에 달하는 추가 자금지원도 없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시중은행들은 꼼짝없이 무담보대출 7000억원 중 80%를 주식으로 전환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동안 대기업 여신 관리에 힘써오던 시중은행들은 이번 채무조정으로 64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할 것으로 보여진다.

23일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게됨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보유하고 있는 무담보채권 7000억원 중 8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0%는 5년동안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국책은행은 사채권자와 은행권의 채무조정과 대우조선의 자구노력 이행 여부에 따라 추후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에 대우조선 회사채 만기일인 4월 21일까지 채무조정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이처럼 국책은행과 금융당국이 손실분담을 강조하는 것은 형평성 훼손 우려때문이다. 유동성 공급때마다 손실 부담이 국책은행으로만 쏠리면서 추가 부실 발생 우려도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출자전환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주식으로 바꿔야하는 금액은 무담보채권 7000억원 중 80%인 5600억원이다. 대우조선 주가가 오르면 출자전환한 지분의 가치도 따라 오르게 되지만, 채무에 대한 회수 가능성은 낮아진다.

문제는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면 여신 등급 조정이 불가피해진다는 점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여신등급은 '요주의'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여신의 7~19%를 충당금으로 쌓고 있으며, 현재 충당금 규모는 36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여신등급이 '고정이하'로 낮아지면 쌓아야하는 충당금 20%로 높아진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출자전환을 하고 신규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이 부정적이기때문에 대우조선해양에 대출해준 은행입장에서는 여신 등급을 낮춰야할 이슈가 생긴 것은 맞다"며 "이렇게 되면 은행은 충당금을 추가로 부어야하고, 대우조선해양도 채권에 대한 등급이 낮아지면 수주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시중은행들도 미묘한 줄타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은행권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은 총 1조7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수은 4000억원, 산은 6600억원, 시중은행 6400억원이다.

금융위와 국책은행은 올 하반기 중 대우조선에 대한 주식거래 정지를 풀어 출자전환한 시중은행과 사채권자들이 현금화를 원활하게 할 수 도울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주식은 지난 2월 8일부터 현재까지 주식거래가 정지돼 있다.

하지만 주식거래가 재개된다고 해도 단기간에 주식 가치가 오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주식 가치는 떨어질 게 뻔하기때문에 60~70%의 감액손실이 예상된다"며 "나머지 여신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일부 추가로 쌓아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와 금융 전문가들은 추가로 충당금을 쌓게된다고 하더라도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워낙 적은데다,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익스포져는 총 1조7708억원이다. 가장 익스포져 비중이 높은 곳은 KEB하나은행(7144억원)이며, KB국민은행(5129억원), 신한은행(3098억원), 우리은행(2337억원) 순이다. 비중은 전체 익스포져의 1~3% 수준이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여신 금액이 크지 않아서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고, 순이익이 소폭 감소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익스포저가 가장 큰 하나은행이 타격은 가장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위 측은 "지난 2015년 정상화방안 발표 이후, 시중은행 익스포져가 감소했고 전체적으로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놓고 있다"며 "지난 1년 반 동안의 연착륙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채무 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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