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주 초로 예상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부 결정을 앞두고서다. 김 총장은 이미 박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오로지 법과 원칙 그리고 수사 상황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문제"라고 명쾌히 한 것이다. 김 총장은 신망 있는 법조계 원로들로부터 조언도 듣고 있다고 하니 합리적 결정이 기대된다.

김 총장 말처럼 검찰로서는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게 답일 수밖에 없다. 김 총장은 이미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1기)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할 때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법불아귀(法不阿貴)’라는 말을 인용했던 적이 있다. 김 총장은 이르면 27일 쯤 특별수사본부 수사팀으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은 뒤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의 결심이 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현재 검찰 내부에서는 ‘구속영장 청구 불가피 기류’가 우세하지만,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검찰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혐의가 13개나 되는 데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김종 전 문화부차관 등 관련자들이 이미 구속됐다는 점도 ‘구속 불가피론’에 힘을 싣는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최순실의 국정개입 허용과 직권남용, 청와대 비밀 문건 유출, 기업들에 재단 출연 강요 혐의 등을 인정해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했다고 판단해 박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린 점도 영장청구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파장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은 것도 사실이다.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는 데다 사실관계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의견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대한민국 헌정사 처음 ‘파면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터인데 굳이 구속수사라는 멍에까지 씌우는 건 지나치다는 여론도 작지 않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참으로 중요한 과제다. 검찰에 주어진 책무가 그만큼 무겁고 크다는 뒷받침이다. 검찰은 역사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결과물을 내놔야 할 것이다. 김수남 총장으로 대표되는 검찰은 법과 원칙이 중시되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교훈을 현실에서 구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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