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으로 대표되는 검찰이 결단을 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장고 끝에 최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검찰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이 13개에 이르는 범죄 혐의를 받는 등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사(영장실질심사)가 남아 있기에 섣부른 예단을 할 수 없지만,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의 ‘몸통’으로까지 지목된 박 전 대통령이기에 구속이 확실시 된다고 하겠다. 당초 검찰은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사건 기록 검토에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구속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범죄를 저지른 청와대 참모진과 장·차관도 다수 구속됐다. 구속 수사가 검찰 수사의 ‘목적’은 아니지만, 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공무상 비밀누설 등 중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에 대해 구속 수사를 해온 관례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죄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역사적 결정이며 법과 원칙, 그동안 수사과정으로 볼 때 당연한 결정이라는 게 다수 야당 시각이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작지 않다. 수많은 사과와 반성의 기회가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런 기회를 스스로 걷어 차버렸으며, 오히려 자신의 죄를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심지어 청와대 퇴거 직후에는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영장 청구는 법은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다는 법불아귀(法不阿貴) 정신을 김수남 검찰총장이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하겠다. 법과 원칙 앞에 국민 누고도 예외일 수 없다는 자유민주주의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 새기는 기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안 통과, 헌재의 탄핵 판결에 이은 검찰의 구속 방침에 다시금 국민 앞에 진정한 반성과 사죄의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것이 박 전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물론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파장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은 것도 사실이다.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는 데다 사실관계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의견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대한민국 헌정사 처음 ‘파면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터인데 굳이 구속수사라는 멍에까지 씌우는 건 지나치다는 여론도 작지 않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참으로 중요한 과제다. 검찰에 주어진 책무가 그만큼 무겁고 크다는 뒷받침이다. 검찰과 법원 등 법조는 역사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결과물을 내놔야 할 것이다. 김수남 총장으로 대표되는 검찰은 법과 원칙이 중시되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교훈을 현실에서 구현하길 바란다. 불행한 역사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괴롭고 슬프다. 이젠 그만 상처를 아물고 용서와 화합의 국민통합을 이루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주요정당 대선주자들도 박 전 대통령 사법처리 여부를 정치문제화 하지 말고, 사법부와 검찰, 변호인 등 법조삼륜에 맡기는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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